brunch

매거진 을의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김이 Feb 23. 2023

을의 기록

취업할거야


일(Work)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월요병에 시달린다.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출근을 하는 것에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이 출근을 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울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두려움과 우울감을 주는 ‘일’을 너무나도 싫어한다. 하지만 그 ‘일’이 간절한 이들이 있다.


바로 나와 같은 취준생들이다.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싫지만 없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간절한, ‘일’은 어쩌면 빈익빈부익부를 가장 잘 설명할지도 모른다.




취준생, 그러니까 취업준비생들의 삶은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이다.


서류를 써서 제출한다.

그러고 나면 어떤 회사는 서류 합격을 발표한 바로 이튿날 필기 시험을 보러 오라고 한다. 그렇게 다행히도 필기까지 합격하고 나면, 바로 다음 날 혹은 일주일 뒤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기도 한다. 알 수 없다.


회사들은 지원자들에게 2000자가 넘는 직무수행계획서를 포함해 원대한 중장기 계획을 짜라고 닦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취준생은 당장 코 앞의 일주일치의 계획도 짤 수 없다.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물론 갑(甲)인 회사가 철저히 을(乙)인 취준생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경쟁사인 회사와 필기 시험이 겹치든 말든 회사가 알 바 아니다. 취준생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보이며 선택할 문제인 것이다.

비대면 화상회의가 활성화 되었든 아니든 회사가 알 바 아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도 취준생이라면 당연히 지녀야하는 능력인 것이다.


아직 서류전형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인사부로부터 받은 메세지



여러모로 회사가 알 바 아니다.


그래도 취준생들은 간절하게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공부와 면접준비 외에 때로는 간절한 무언가를 선택하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 건강관리도 하고,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면접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 모든 노력에 좋은 결과가 따른다면, 해피엔딩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노력한만큼 흘러가지 않으며,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선택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취준생활이 계속된다.

역경은 사람을 단단하게 해준다고 하지만, 취준생활은 그렇지 않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취준생활을 하다보면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씩 바스라진다.

초반에는 아직 남은 것이 있어 여유가 있다가도, 될 듯 안 되는 그것에 너무나도 간절해진다.

그렇게 내 안의 모든 것이 바스라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모든 것이 지겹기만 하다.


물론 취업을 해서 ‘일’을 하게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취준생인 나는 취업이라는 관문에 통과하면 적어도 지겨운 모든 과정을 끝내고, 숨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글은 지극히도 을인 내가 취준생활을 하면서 울고 또 울다가 바스라진 기록이다.

그리고 비록 바스라졌을지라도, 계속 도전하는 그런 기록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