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르완다
감독 : 테리 조지
장르 : 드라마, 전쟁
2016.09.27.화
이번 학기 전공 중에 20세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 있다.
많은 사건들 중 르완다 내전을 다룬 영화를 보았다.
교수님께서 이 영화를 볼 것이라고 말씀하셨을때,
솔직히 기대도 안 했었다.
오히려 영화를 보다가 졸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영화를 보다가 졸 일은 없었다.
비록 교수님의 해설과 함께 보느라 영화에 심취할 수는 없었지만
높은 이해도와 비판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르완다 내전
후투족 / 투치족
벨기에가 르완다를 통치하면서 소수족인 투치족을 우대하면서 종족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벨기에는 후투족에게 정치권을 주고 르완다를 떠났고, 그간 투치족에게 밀려 하대받았던 후투족들과 투치족간의 갈등에서 시작된 내전
영화는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소리와 함께
아프리카라고 하면 대부분 떠올릴만한 노래로 시작한다.
이때부터 약간 호텔 르완다는 르완다인들의 시점이 아닌
헐리우드의 시점으로 다뤄진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여겨야 할 것은
교수님께서 언급하지 않으셨다면 그냥 넘겼을지도 모를 라디오, 즉 언론이다.
영화는 르완다 대학살의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르완다학살은 광기 어린 사람들의 칼과 총, 시체들을 통해
영화에서 지독하고 잔혹하게 재현된다.
벨기에의 식민통치를 위한 민족 분란을 통해
투치족과 후투족은 갈등을 겪고,
독립 후 정치인들의 부패와 빈곤 등에 대해
국민들은 서로의 종족을 미워하고 학살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아이들마저 학살에 가담하는데
이는 어떤 종족이 나쁘고 포악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식민지 때부터 겪은 비인간적인 행위에 방치되었었고,
분노가 폭발했을 뿐이다.
이러한 학살에 UN과 국제 사회, 언론은 잠시 주목할 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평화롭지 않았던 곳에 평화유지를 위해서 온 것이지
평화를 만들러 온 것이 아니라며 회피하는 UN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국제사회는 이를 방관한다.
영화를 보고 참혹함을 안타까워하고는
그날 저녁 태연하게 밥을 먹은 ‘나’ 역시 방관자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학살이 유대인 학살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지금도 전 세계에서는 언론이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수많은 혐오와 테러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언론이 어떤 사건을 중요하게 전달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어쩌면 아프리카와 비교하여
우위에 있다는 알량한 우월감에 빠져 관련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치의 상징에는 민감하면서
범기에는 관대한 국제 정서를 생각하며 취사선택된 국제 주류 관점과 언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과 그들이 외면한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텔 르완다의 주인공은 내게 파격적이었다.
사실 나는 기존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 있어
무의식적으로 호텔 르완다의 주인공을 백인 UN군으로 상상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하는 주인공은 백인이 아닌 흑인 르완다인 폴이다.
타인인 백인의 시선이 아닌 르완다인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되어 르완다 학살의 참혹함이 직접 다가왔다.
왜 죽는지, 왜 죽이는지도 잘 모르고,
대피하는 유럽인들 품의 애완견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방치되는 르완다인들이 느끼는 절망과 광기를 느끼고
배를 채우는데 바쁜 지배층에 분노할 수 있었다.
특히 직접 아내에게 문제가 생기면 뛰어내리라하고,
후에 혹시나 떨어진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일까 절박하게 가족을 찾는 폴의 모습은
당사자들의 공포, 두려움, 절박함 등을 방관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점은 영화에서
이 비극의 시발점인 벨기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번외이기 때문일까, 그들이 유럽이라는 주류이기 때문일까?
어린 시절부터 수용해 온 것은 사고에 큰 영향을 끼친다.
마치 어렸을 때부터 혐오를 접해온 영화 속 르완다 아이들이
학살에 아무렇지도 않게 가담한 것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접해온 주류 언론에서 다뤄진 시선에만 익숙해 있는 것은 아닐까?
고등학교 시절 그저 예뻐서, 혹은 기념으로 후원팔찌를 구매하고는
마치 개념 있고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듯 우쭐했었던 내가
이 영화가 아니였으면 르완다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또는 르완다 대학살을 제대로 이해하긴 했을까?
수업을 통해 들었을 때보다 영화를 통해 사건을 접하니
더 사실적이고 훅 다가온다.
새삼 영화(영상)의 힘과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