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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육아일기
네 가슴과 맞바꾼 나의 자유
잠시 자아성찰 좀 할게요.
by
장미
Nov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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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도 그랬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아들내미의 저지리에 정오가 되기도 전에 이미 나는 지쳐버렸고,
인내심은 너무 빨리 소진되어 버렸다.
내 자녀는 꼭 친구처럼 키우겠다는 처녀 때의 다짐과는 정반대로
이제 겨우 세상에 나온 지 19개월밖에 안된 아이에게 말투가 점점 독재자 명령조로 변해갔다.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 절제력까지 파괴시키는 저녁식사 시간에는 소리도 가끔 질러댔다.
아들은 최근 일주일간 나와 집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웃지를 않았다.
오랜만에 놀러 온 할머니를 보고 웃으며 놀아달라는 아이를 보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의 아들의 얼굴에 한 동안 웃음이 없었으며
최근 들어 나에게는 손을 잡고 놀아달라며 끌어당기지도 않았다.
육아와 커리어를 병행할 수 없는 현실에서 몸도 마음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가족을 우선으로 두자며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지 아직 2개월도 채 안되었다.
내 느낌은 2년이지만, 달력은 2개월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2개월도 채 엄마의 역할을 못해내는 나 자신을 보며
내 엄마로서의 자신감은 더욱 바닥으로 하락했다.
날이 갈수록 점점 집에서 심심해하며 그 모든 감정과 에너지를 엄마에게 퍼붓는 아들 입장에서도
여유라고는 사막에 습기만큼 남아있는 엄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좋을 리가 없었을 터,
이사 올 때 미리 알아두었던 차로 30분을 달려야 있는
멀디 먼 어린이집이라도 결국 보내기로 결심을 했다.
근처 어린이집 대기 순번은 줄 생각을 안 하고,
아들과 나의 관계는 30분 거리의 어린이집보다도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등원 첫날,
어린이집을 이미 다녀봤던 아들은 금방 새로운 장소를 탐색하듯 이리저리 호기심을 보였고
그 모습에 나는 조금 안심하며 더 빠른 기간 내에 육아 해방을 원했다.
둘째 날은
어제의 모습을 토대로 우리 아들은 씩씩하다며
바로 그 낯선 곳에서 아들을 혼자 두고 나와버렸다.
마음은 아팠지만,
카페에서 조금이라도 꿀 같은 시간을 보냈다.
꿀 여유 at a cafe
그래서 망했다.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던 첫 주의 적응기간은,
나의 자유 조급증에 의해 아들에게 갑자기 엄마와 떨어져 버리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사건으로 남겨졌다.
적응 첫 주는 유치원 문짝만 봐도 울음을 터트리는 기간으로 남겨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빠에게 옮은 감기 기운으로 엄마에게 더욱더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극강 육아
를 선사해준 한 주였다.
괜스레 또 미안해지는 엄마 마음에 주말은 최대한 온 힘을 쏟아 아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안겨주려 노력했다.
더 안아주고 더 웃어주고 집안일은 내팽겨처버리고 아들에게만 집중을 했다.
다음 주에는 꼭 적응을 시키겠다며 주말에 막판 스퍼트를 가해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아들의 얼굴에 그 동안 잠시 없었던 웃음꽃이 만개했다.
그리고 어제, 오늘.
여전히 아들은 선생님품에 안기기만 하면 눈을 뜨지도 못할 만큼 모든 얼굴 근육을 사용해서 펑펑 운다.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려면
내 아들은 그만큼 서럽고 슬퍼야 했다.
바로 지난 주까지의 고생은 잊은 채,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회의감도 슬그머니 들어온다.
나 지금 카페 앉아있으려고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떼놓는것인가?
엄마의 마음은 바닥난 체력에 비례하여 지조없이 흔들린다.
사실을, 저 녀석은 심심하더라도 내 옆에 있고 싶어 한다.
정말 사실은, 아들이 가야 하는 어린이집은 네가 심심해서가 아니라 내가 보내고 싶어서이다.
적응을 하고 나면,
조금 더 자라면,
친구들을 좋아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너의 가슴을 무너트리며 내 자유를 추구하고 있었네.
그것도 너의 핑계를 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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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아줌마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관찰하고, 생각하고, 그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가며 브런치를 즐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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