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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Sep 03. 2020

미디어육아를 끊었다.

겨우 반나절 차


코로나 덕분에 집에서 24시간 아이와 함께 있는 요즘,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을 치면서 제일 먼저 찾게 된 것은 리모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리모컨을 잡고 생기 넘치는 아들을 제어하기 위해 셋업 전원과 티브이 전원 버튼을 누르고,

그 시간부터는 주-욱 아이들 채널을 틀어놓고 있었다.



뭘 또 무릎까지 꿇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티브이 앞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 얌전해지는 아이를 보면서,

밖에 나가자면 뛰어가서 신발부터 신던 아이를 나가는 것조차 귀찮게 만들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죄책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기 3주 전부터 이미 나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었다. 하필이면 아이가 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던 시기였고, 마침 확진자가 어린이집 근처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한 달을 두고 점진적으로 아이가 영상에 노출되는 시간은 "하루 종일"로 늘어나게 되었다.




사실, 영유아기 시절에 영상 노출이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또, 널리 알려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의외로 부실하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는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합리화를 시키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UQSBv3oUI&t=233s


하지만 과학적 근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떠나서,

엄마인 내가 관찰하는 아이의 모습 자체에도 지속적인 영상의 노출은 꽤나 좋지 않아 보였다.

그전에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미디어에 홀려있는 아이를 며칠 전부터 발견하게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 녀석은 뛰어놀거나 놀이방에 가서 역할놀이 등을 하길 원했다.

하지만 영상이 틀어지는 순간부터 몸의 방향은 놀이방으로 가 있더라도 시선은 중독이 된 것처럼 티브이를 향해 있었다. 1-2시간 틀어주던 전과는 달리 눈도 게슴츠레-해서는 재미있어서 보는 것인지, 아니면 저기 있으니까 보는 것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말 그대로 시선이 "빼앗겨서" 몸이 그 자리에 묶여있는 느낌이랄까,

아직 중독까지는 아니었지만, 거실에 앉으면 자동적으로 티브이를 틀어달라고 했다.

밥을 먹는 것도 당연히 티브이를 틀어달라고 했다. (계속 그렇게 먹였기 때문에.)

한번 시청하면 3시간은 기본이고, 꺼줄 때까지 잘 움직이지 못했기에 오늘 오후에 티브이를 치우기로 결정했다.


시커먼 테레비젼이 없어진 거실 오예


처음부터 티브이를 보지 않는 우리 부부가 이사오는 이 집에 티브이를 들인 이유조차 애초에 아이 때문이었다.

조금 더 편한 육아를 위해서. 우리의 나른한 육체를 위해서.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영상에 중독이 되어 떼를 오지게 쓰고 있는 우리 아이를 만날 것 같았기에

아직은 영상 관련해서 집착이 심하지 않은 이 시기에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놀고 싶어 해도 티브이 앞에 끌어다 놓은... 엄마가 더 미디어육아 중독이었..)



없애고 나니 원래 내가 원했던 인테리어가 가능해지면서 거실을 보는 눈이 편안해졌다.

예상외로 티브이가 없어지고 나니 아이가 혼자서 이것저것 놀 것을 찾아다녔다.

오히려 집중력이 더 높아졌는지, 커피 타는 놀이를 혼자서 한 시간 정도 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티브이를 켜놓고 아이 등 뒤에서 스마트폰을 몰래하던 내가 티브이가 없어지고 나니 아이에게 집중하여 더 잘 놀아주고 있었다.



아직은 1일 차이지만,

조금은 심심해지는 법을 알려주기로 다짐해봤다.



[사실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집중해서 아이와 놀아주지 못했던 엄마의 미디어 육아 중독 때문이었다.]



#육아 #영상노출 #육아에있어티비란 #영상중독 #티비중독 #편한육아 #바른육아 #힘든육아 #모르겠다

#나쁜엄마 #체력이저질인엄마란 #미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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