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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Dec 31. 2020

세 번째 사업 시도

부딪히며 배우는 타입

MBTI 성향에서 어떻게 해도, 몇 번을 해도 항상 ENTJ성향이 나왔다. 경영학을 공부중일 때는 그저 CEO성향이라며 좋아했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서 보니 내가 미처 간과한 사실이, 대학을 갓 졸업한 애송이가 처음부터 CEO 가 될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성향은 성향이지 예언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성향이 유난히 비슷한 친구 하나가  MBTI 검사를 하고 본인도 ENTJ가 계속 나온다는 소리에 "사람 참 변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어디서 들은 "인간은 기질대로 사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실 내 사업을 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일을 추진할 때 나는 살아있는 것을 느끼곤 했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서 활동하는 그런 느낌.


최근에 도예를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지만 나의 머리는 이내 처음 의도였던 마음의 평화에서 돈을 버는 사업 쪽으로 자꾸만 굴러갔다. 나만의 브랜드, 나만의 경제력을 얻는 방법을 일구고자 하는 세 번째 시도였다.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첫 번째 시도는 가방이었다. 워낙에 심사숙고와는 관련이 먼, 일단 부딪혀서 상처가 나고 어디가 부러지면서 배우는 무식한 타입이라 그저 물건이 싼 한국에서 떼서 독일에서 팔아보겠다는 심산으로 내 눈에 예쁜 가방을 동대문에서 사서 독일로 가지고 갔다. 독일에서 인스타 계정을 생성해서 그냥 닥치는 대로 사진에 헤시 태그를 걸었다. 홍보용 사진을 찍는 방법도 모르고, 또 최선을 다하기도 너무 나태했고, 로또를 노리는 마음으로 단 몇 장 만의 사진을 올리면서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 낙담해 이내 그만두었다.


마음이나 좋게 기부나 하자며 기부하는 그 장소에서 그 가방은 최근 나오는 손바닥보다 훨씬 큰 스마트폰이 들어가지 않는 사이즈라는 하자를 가지고 있다는 가방임을 알아버렸다. 나는 눈에만 예쁜 가방을 실용성 따위는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남의 주머니에서 돈이나 끌어모으려는 수작을 부렸던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사업 시도는 그렇게 마감했다.


두 번째는 아동복이었다. 나라는 사람이 간교한 건지, 잔머리에 스스로 당하는 타입인지 몰라도 처음 시작은 아들을 낳고 이쁘게 입히고 싶은 욕심에 조금 더 싸게 주문제작을 할 수 있는 방법에서 - 싸게 주문제작을 하려면 대량생산을 해야 하니 (아들은 하나인데) 나머지는 팔아보겠단 심산이었다. 그러다가 아뿔싸, 나의 치명적인 단점, 충동성에 당하고 말았다. 아들 옷을 리서치하다 보니 내가 여자인지라 딸 옷들이 왜 그렇게 이쁜 것들이 많은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여아 아동복을 수입해오고 있었다.

처음 수입한 아동복

게다가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이놈의 성격 덕에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간과하고 너무 유럽 아동의 (걔네가 어릴 때 좀 이쁘긴 하...) 스타일을 따라갔던 것이다. 남편에게 직장동료들에게 홍보 좀 해보라는 소리에 남편이 이미 다 했다며, 하지만 동료들이 와이프 분이 눈이 많이 유럽인이시네..라고 했다고 전해줬다. 시장조사도 하지 않는 이런 사업자가 있을까. 게다가 아동복은 스몰, 미디엄, 라지가 아닌 계속 성장하는 영유아, 유아, 어린이, 청소년,,, 한 스타일에도 사이즈가 다양했으므로 주문을 할 때부터 투자금이 배로 들었다. 어느 스타일이 어느 사이즈에 제일 인기가 많을지 몰랐던 것이다.


내 눈엔 참 예쁜데...

특히나 더 치명적인 부분은 남아를 가지고 있는 엄마가 여아 엄마들의 마음을 몰랐다는 것이다. 딸내미는 무조건 이쁘게 드레스를 입히고 싶어 할 줄 알았지 딸들도 어린이집에서 편한 복장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이 닿지 못했다. (쓰다 보니 내가 싫어하던 여성상을 강조하는 부분을 내가 실천하고 있었네. ㅎㅎ) 그래도 결혼식이나 나들이 때 이쁘게 입히고 싶지 않을까... 이 부분은 홍보에서 막혔다. 제품이 아무리 좋으면 뭐하리, 알지 못하면 살 수 도 없는 법. 두 번째 사업 시도는 홍보에서 가로막혔다. 사실 제품 자체는 수입단가가 13,000원대를 찍는 고급 자제의 원단과 일반 중국산이 아닌 북유럽이 거래하는 꼼꼼한 전문가들이 만드는 공장이었지만 고객들이 알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홍보비용 부분에서도 남아 옷이었으면 모델이라도 아들을 입혀서 찍으면 될 것을 내 자식 멀쩡히 두고도 여아 모델을 구해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내 잔머리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사업이 굴러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재고 관련 문제들도 직접 경험하니 왜 재고떨이가 필수적인지 실상에서 철저하게 배웠던 두 번째 시도였다.



지금 시도하고 있는 수제 도자기 판매는 그래도 시도하다 보니 전에 배운 실수들이 꽤나 도움이 됐다. 내가 처음부터 똑똑하고 사업수단이 남달랐다면 몰랐을까 바닥부터 시작하다 보니 언제까지 지치지 않고 시도를 해야 기필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지는 몰라도,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아직 있는 한 나는 계속 나의 사업을 시도해보고 싶다. 마크 주커버그가 그랬다고 하나, "가장 위대한 성공은 실패할 수 있는 자유에서 온다"라고. 나의 번뇌를 거듭하게 만들었던 올해가 사실 현실적으로는 실패할 수 있는 자유가 시작되는 해였을 수도 있기에 용기를 잃지 않고 시도해 보려고 한다.


현재 판매 중인 유럽풍 접시
골드 트레이



그래도 꾸준히 시도해보는 나를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브런치에 글을 담아보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작업이 들어간 나의 애정이 담기고 스스로도 만들면서 행복한 작품들이기에 실패해도 타격이 없는지라 장기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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