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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Dec 15. 2020

도예를 배우다

취미를 돈벌이로?

도예를 배우러 간 공방에서 사람들은 올해 코로나 때문에 1년을 공쳤다며, 올해 아무것도 못한 스스로가 꽤나 안타까운 듯한 말들을 내뱉었지만 나는 그들의 아쉬움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올해는 내게 온전히 나의 내면 아이와 정신을 가다듬는 매우 뜻깊고,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성숙한 나로 만들어 준 보람찬 해였기 때문이다. 물론 고통이 있어야 발전이 있듯,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집에서 육아와 취미생활을 병행하는 속 편한 아줌마였겠지만, 내면에서 일어나는 나의 욕심과 현실의 한계 속에서 나는 꽤나 괴로워했었다. 그리고 그 괴로움을 극복할 때 즈음 나는 스스로 성숙했음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잘버는 집 말고 아마도 일반적인 외벌이 가정에서 제일 고통받는 것은 아마도 매일같이 출근하느라 힘겨울 남편이 아닌, 몸은 편할지언정 그 정해진 돈에서 머리를 굴리고 굴려 생활비와 대출금과 나의 욕심을 저울질하는 소파 위에 눌러앉아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재테크도 알아보고 직장도 알아보고 사업도 알아봤건만 내게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재테크를 하기엔 우리는 묶인 돈이 너무 많았고, 묶인 돈에 매인 돈, 들어오자마자 흘러가는 고정비용들 하며 재테크라고 나의 전공인 금융자산인 주식을 굴려봤자 용돈 정도 받는 수준이었다. 시드머니가 형편없기에 수익률이 아무리 좋아도 떨어지는 절댓값이 너무 작았다.


"그래, 자산이 너무 적으니 직장을 구하자!" 해서 알아보면 아이를 포기하고 나의 직군이 제일 많이 널려있는 강남까지 출퇴근하기에는 정말 아이와의 애착 따위는 내 마음에서 버려버려야 가능했지만 나는 그러기에는 그래도 모성애가 꽤 있는 엄마였는지 세네 번 들어오는 면접 제의나 스카우트 제의에도 눈물을 머금고 거절을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 사업하기에는 나의 머리는 마케팅과 시스템 구성에 너무 약했다. 장사 머리가 남다르게 굴러가는 아빠와는 다르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응용에는 꽝이었다. 다행히 감은 좀 있지만 마케팅과 시스템을 굴리는 머리는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할 만큼 둔하다. 어찌어찌 부수입을 만들어보려 노력했지만 사업으로는 내 옷장에 밀린 유아복이 증명하듯 갈 일이 꽤나 멀고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도예에 빠져 이런저런 작품을 만들어낼 때마다 공방 사람들이 작품을 팔아도 되겠다는 칭찬에 "정말 한번 팔아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도예는 사실 내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꼭 내가 하는 요리처럼 정성을 다하면 맛이 있고 급하게, 또는 대강 대강하는 작품은 정성이 빠진만큼의 맛이 빠져있었다.


도예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미술만큼이나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들 한다. 흙을 만지고 정신을 집중하고 시간을 여유롭게 써야 하는 부분에서 제한된 시간에서 오는 조급한 마음이나 투머치에서 오는 스트레스와는 정반대의 길로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정성스레 밀대로 밀어 흙 안에 기포를 다 제거해 줘야 뜨거운 가마 안에서 터지지 않고 잘 구워져 나올 수 있고, 하나하나 정성스레 모양을 만들어주고 급하게 말라 부서지지 않게 2-3주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벽하게 말려 준 다음 가마에서 초벌로 구워지고, 유약을 발라 두 번째로 구워져 나와야 비로소 우리가 쓸 수 있는 도자기가 된다. 그 위에 레알 24k 순금이 포함되는 수금 작업을 하려면 한번 더 구워야 하기 때문에 수금 작업을 한 도자기는 정말 마스터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이런 애환과 정성이 담긴 작품을 혹시 누군가 구매하려고 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기꺼이 판매해 볼 심산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며 장사 속을 은근히 내비친다.


작품명 - 시크버드 주문제작 판매가 미정
집으로 데리고 온 두번째 수금베이비들
구워져나온 나의 아이들
아들이 칠하고 그 위에 수금작업한 장식품 원투쓰리




내가 만든 트레이 위, 내가 구운 스콘이란.
아들이 채색한 화병은 판매가 1억입니다.
사진 좀 찍으려니 가만히 두질않는 아들의 손놀림

펀딩링크:

https://www.tumblbug.com/chicbird/?utm_source=kakao&utm_medium=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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