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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Nov 01. 2020

시간여행

다들 해봤잖아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을 한번 이상은 해봤을 것이다.

어느 순간을 느낄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면, 그리고 그 시간으로 돌아갈 여유가 지금 있다면, 언제나.

 


강남역에서 친구를 만나러 걸어가며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듣던 Tamia의 Officially missing you가,

뉴질랜드에서 친구들과 차에서 사운드를 맥시멈으로 돌려놓고 듣던 블랙 아이드 피스의 Pump it이,

어쩌다 다시 듣게 된 음악으로 나는 종종 그때 그 시간으로의 과거 여행을 하곤 한다.



새벽녘 일어나서 약간은 쌀쌀하지만 상쾌했던 그 바람을 얼굴로 느꼈던 그 순간이,

비행기 안에서 인천에 도착함을 알리며 덜커덩 착륙하며 회색빛 공기를 창문 밖으로 바라보던 그 순간,

문득 느꼈던 순간순간들을 다시 마주치게 되는 순간 접점을 만난 듯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기도 하고,



또 학교를 마치고 놀러 다니던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걷다 자주 맡던 향기를 다시 마주치게 되는 순간, 그 향은 나를 다시 그 시절 맥도널드 앞이 북적거리던 로데오거리로. 또는 지하철 안, 여자들의 유난히 멀리까지도 퍼지던 생머리가 찰랑찰랑 흔들릴 때의 샴푸 향기가 나를 다시 그때 그 지하철 안으로 쏙.



어렸을 적 엄마가 해준 나만을 위한 특별한 피자의 맛을 다 커서 다시 맛보게 된 그 순간은, 나의 미각이 그때 그 어릴 적 내가 앉아있던 식탁 위, 요리를 선보이며 맛이 어떠냐고 묻는 젊은 엄마의 앞에 다 큰 나를 데려다 놓는다.



사진 속 그때그때 나의 모습들이, 나의 패기와 젊음을 보여주고 그때 그 생기 넘치던 시절로 미소를 보낸다.




오감으로 기억하는 과거.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음악을 들으면, 그 향을 맡으면, 그 기분이 일어나게 되면, 그때의 사진들을 다시 보면,

우리는 모두 그 전 그 순간으로 시간여행을 하지 않던가.






삶의 사이사이에 여유를 남겨놓아야 하는 이유

[한 동안 몸만 다 큰 엄마라는 역할의 삶이 녹록지 않아 여유 없던 내가

새벽시간을 즐기며 하는 과거 여행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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