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이유
최근 들어 내 가정을 꾸리고 성인이 되어 부모님을 보면서
이전에 자녀로서 부모를 의지하던 마음,
마냥 내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았던 시각,
그저 감사하기만 하던 좋은 마음들은 흐려지고
냉철하게 나이 들어가는 부모를 판단하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지금 나의 아이에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을 우리 부모가 내게 했던 것을
잊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자료를 찾다 어쩌다 보게 된 아빠가 보내온 이메일 폴더,
그곳에는 타국으로 유학을 보낸 아빠의 마음이 애절한 만큼 적혀있었다.
그때, 어릴 때는 알지 못했던 아빠의 마음을 읽어 내려가며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졌다.
아직도 독수리타법을 쓰는 우리 아빠가 이런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그들이 베푼 사랑에 발끝만큼도 못 따라갈 그 사랑..
[급격히 기울어진 집안 사정으로 미국 유학을 포기해야 했고,
한국에서 수능을 보자니 하필 또 뉴질랜드에서 월반을 하는 바람에 12년의 학교 기간이 채워지지 않아 대학 진학이 조금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 아빠는 대안으로 독일을 추천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