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한 달 살기 DAY5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by 최민정

내일 새벽이면 남편은 한국으로 떠난다. 떠난다고 생각하니 전에 없이 사람이 커 보인다. 난사람 자리를 메꿀 방법이야 없겠지만 떠나기 전 아이들과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결정한 것은 마나가하섬에서 즐기는 스노클링이었다. 사이판 여행을 검색하면 마나가하섬 투어 상품이 줄줄이 나온다. 처음엔 ‘사방이 바다인데 왜 굳이 돈을 내고 작은 섬에 들어가지?’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스노클링이 어차피 바닷속을 보는 건데 사면이 다 바다인 섬에서 어딜 가나 물고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부두세를 내고 배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겪어보지 않았다면 아는 척하지 말자.

배를 타고 출발한 지 10분 후 도착한 마나가하섬의 물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발아래 산호와 바위를 보고서야 이곳이 스노클링의 성지인 이유를 깨달았다. 우유를 살짝 풀어놓은 듯한 따뜻한 옥빛의 바닷물은 고운 모래를 적셨다.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파닥거리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해안가 고운 모래부터 탐색하더니 점점 해변과 멀어졌다. 마나가하섬은 수심이 얕고 파도가 거세지 않았다. 게다가 물고기들의 서식지인 산호가 많아 다양한 물고기를 만나기 적합한 곳이었다.

“엄마, 여기 무지개 물고기가 있어요.”


그림책의 주인공을 직접 만난 듯 아이들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아이들은 마치 처음 바다를 만난 것처럼 열정적으로 물고기를 따라다녔다. 사이판의 1월은 성수기이고, 우리가 마나가하섬에 온 날은 토요일이었다. 하지만 예상만큼 붐비지 않았다. 사람들과 물고기들이 조우하기 편안한 환경이었다.

겁쟁이 엄마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돗자리를 지켰다. 사실은 바다는 눈으로 보는 걸 좋아하고, 산은 직접 오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보글보글 아이들의 머리가 수면 위로 들락거리는 것만으로도 쉼이었다. 엄마를 향해 손 흔드는 아이들만 봐도 괜찮았다.


‘스노클링은 아무 해변에서나 해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마나가하섬에 가 보길 추천한다. 활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아이를 둔 부모라면 더더욱.

이른 아침부터 3시까지 이어지는 학교생활에도 아이들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체력이 충전된다. 채워진 에너지로 새로운 환경에서 날고뛰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큰마음먹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내일 한국으로 떠나는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저녁에는 모처럼 외식을 하기로 했다. 검색왕 남편은 숙소 근처에서 가성비가 좋은 태국 음식점을 찾아냈다. 저녁 6시가 넘고 주위에는 금세 어스름이 깔렸다. 오직 자동차 라이트에만 의존해 찾은 식당은 시골길 한편을 옅은 형광등 빛으로 밝히고 있었다.


“이번엔 너희들이 주문해 볼래?”


짓궂게 장난치던 아이들이 일순간 진지해졌다. 메뉴판을 꼼꼼히 보더니 예행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I Wanna noddle with beef and……”


이래서 한국 엄마들이 그렇게 영어에 열을 올리는구나. 엄마가 편하니까. 아이들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주문을 완료했고, 영어로 주문을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도 따라왔다. 타국에 오니 아이들의 경험과 자립을 우선순위에 두게 된다. 이왕 낯선 환경 속에 뛰어들었으니 아주 사소한 것조차 많이 겪어봤으면 좋겠다. 간단한 심부름을 스스로 해 보는 것도 특별한 배움이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경험과 성장으로 보상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니까.

#Managaha #Zaabder Thai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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