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한 달 살기 DAY14

현지인처럼 놀아보자 - 슈가덕

by 최민정

월요일이지만 학교에 가지 않았다.

오늘은 흑인 민권운동가이자 개신교 침례회 목사로 196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틴 루터 킹을 기리기 위한 ‘마틴 루터 킹 데이’이기 때문이다.

3일 연속 휴일. 오늘은 또 어딜 갈까. 사이판까지 와서 굳이 수영장에만 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 마음이야 어떻든 엄마의 욕심은 아이들과 사이판이 더 가까워졌으면 했다.

그래, 사이판 아이들이 뛰노는 곳에 가 보자.

슈가덕 비치로 향했다.


주말이면 현지인들이 이 부두 근처로 많이들 모인다고 들었습니다만. 배가 정박하지 않는 부두에서 사이판 아이들이 다이빙을 즐기는 곳이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찾던 곳이다!

사이판에 며칠 휴가를 왔다면 깨끗한 워터파크와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해변에 잠깐 방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은 한두 번이면 충분하다. 유명한 관광 명소만 고집할 게 아니라 숨어있는 진짜 사이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사이판 사람들 따라 하기.


그들이 가는 음식점에 가서 로컬 음식을 맛보고, 사이판 아이들이 모여드는 바다에서 다이빙하며, 동네 아이들의 웃음이 들려오는 놀이터에 가 보는 것.

이런 것들이 서툰 운전과 설은 영어를 감내하는 이유가 된다.

구름이 잔뜩 하늘을 가린 흐린 날씨. 오히려 좋다. 너무 뜨겁지 않은 야외에서 제대로 바다를 즐겨보자며 리조트 수영장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다독였다. 농장에서 새끼 고양이를 높은 가지에 올려놓고 야생에 길들이듯, 아이들을 밖으로 이끌었다. 그냥 한번 겪어보고 부딪혀 보자!


왼쪽에는 백인 두 가족이 캠핑 의자를 펼치고 있고, 오른쪽에는 배 나온 원주민 아저씨가 멍하니 낚싯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리던 현지 풍경이다. 아이들은 슬금슬금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잘 노는가 싶더니 이내 엄마가 있는 곳으로 왔다.


“할 게 없어요.”

“바지에 모래가 들어가서 불편해요.”


깊은 숨을 한번 내쉬었다. 일단 숙소에서 싸 온 고추참치 주먹밥으로 아이들을 달랬다. 여기서 물러서지 말자고 다짐했다. 비치타월, 스노클링 마스크, 먹을 것들을 잔뜩 싸 왔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저 멀리 슈가덕에서 바다로 첨벙 뛰어드는 아이들이 보였다. 바다 다이빙을 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을 꾀어야 했다.

“아직도 해 볼 게 정말 많아.”


아이들을 다독여 부두 위로 올라갔다. 아래를 보니 수심이 꽤 깊어 보였다. 부두 끝에는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이 깔깔대며 연거푸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큰아이는 괜히 첫째로 태어난 게 아니다. 기특하게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 건지, 순수한 호기심이 발동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엄마, 제가 한번 들어가 볼게요.”


라며 스노클링 마스크를 머리에 착 썼다. 눈물 나게 고맙다!

아이는 스멀스멀 해안가에서 멀어지더니 이내 잠수를 시작했다. 줄무늬 물고기를 발견했단다. 아주 큰 물고기가 눈앞으로 지나갔단다. 투덜대던 아이는 이내 웃었고 바다를 유영하며 즐기기 시작했다. 엄마 옆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작은 아이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나 재미있겠다. 저도 갈래요.”


작은 아이도 부두에서 인생 첫 다이빙에 도전했다. 약 1분간 두 다리와 팔을 오들오들 떨더니, 첨벙!

폼은 좀 우습지만 멋진 다이빙이었다. 용기 있는 몸짓으로 에메랄드빛 물결을 만들었다. 바다에 뛰어들어 물속을 누비는 아이들의 모습에 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렇게 노는 걸 보고 싶었다. 신발에 모래가 잔뜩 들어가고, 짠물을 마셔 입이 찝찔해도 자연에서 놀기를 바랐다.

촌스러운 엄마의 고집이다.

오전 내내 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오후엔 잦은 비가 내렸다. 물놀이 후 출출한 아이들을 위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궂은 날씨 탓인지 숙소에서 밥을 해 먹고 싶지 않았다. 잠시 현지인들이 찾는다는 식당을 잊고 한국인들이 바글바글한 맛집을 검색해 보았다. 자가당착이 심한 편이다. 현지인의 바다를 즐겼으니 한 번쯤은 괜찮지 싶다. 비바람이 좀 스산해서 따끈한 클램차우더를 먹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고기도 좀 썰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까맣게 잊고 있던 큰아이의 과학 프로젝트 과제가 생각났다. 이번 주 금요일이 마감인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이는 스스로 기사를 검색하고,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았다. 엄마가 대신 무언가를 해줄 거라는 기대가 전혀 없다. 미국이라고 해서 엄마가 학교 숙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이유는 없었다.

무슨 내용이든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스스로 해 보자. 잘할 수는 없겠지만, 열심히 하는 게 목표였다.

#Sugar Dock #Surf Club Saipan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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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TIP

사이판의 식당 및 카페에서 팁은 의무가 아니에요. 계산서를 잘 보면 결제 금액의 10%가 이미 서비스 요금으로 포함된 경우도 있습니다. 담당 서버가 아주 마음에 들었을 때만 작은 성의 표시를 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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