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한 달 살기 DAY18

한 달 살기 장점이 뭔데?

by 최민정

한 달 살기의 절반 이상이 지났다. 내향적인 내가 숙소에 아는 엄마가 2명이나 생겼다. 두더지 같은 성향이라 몇 번 만난 사람과는 친해지기가 어려워서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근데 이상하게 이 엄마들은 편했다. 사이판이라는 공간의 힘일까? 아니다. 두 사람의 친화력이 굉장했기 때문이다. 나를 숙소 밖으로 부드럽게 끌어내는 온기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같이 커피 마셔요.”는 기본.

“함께 점심할래요?”,

“투어 같이 갈까요?”에 이어


“괜찮은 한 달 살기 숙소가 있다는데, 한번 같이 가 볼래요?”라는 제안을 해왔다. 돌아오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위해 미리 다른 숙소를 둘러보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사이판에 언제든 또 찾아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니까.

두말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두더지 엄마도 가끔 땅 위로 나와 나무도 보고, 날아다니는 새도 보고, 시원한 바람도 느껴봐야 한다. 그렇게 지상으로 이끌어 주는 엄마들이 고마웠다. 내가 딱히 노력한 게 없으니, 사이판에서의 운이 좋은 걸로.


숙소에 도착해 주인 부부를 만났다. 한국분이었다. 큰 길가에 있는 숙소의 외관이 허름해서 별 기대감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한국 아파트랑 똑같잖아?”


방 2개, 욕실 1개, 넓은 주방과 거실. 신혼부부가 당장 살림을 차려도 될 것같이 깨끗하고 아늑했다. 좁은 리조트 방에 살면서 그곳이 제일인 줄 알았다. 역시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한국 자재를 가지고 와 공사를 했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숙소는 한국의 아파트 한 채를 떼다 놓은 듯했다. 맨발로 깨끗한 바닥을 디뎌본 게 얼마 만인가.

다만 수영장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미 숙소 앞 수영장의 맛을 알아버린 아이들에게는 이게 아주 큰 단점이 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넓은 집이 필요할까? NO. 나뭇가지 위의 새집처럼 아주 작은 집이라도 아이들은 그저 수영장만 딸려 있으면 만사 OK!

가격과 숙소의 상태가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마음을 접어야 했다.


인기가 좋은 숙소는 벌써 다음 방학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한국 엄마들 진짜 부지런하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열정이다. 아이들의 다음 방학을 위해 숙소에 예약금을 걸어두고 한국으로 돌아가다니.


한 달 살기를 결정한 엄마들. 한 번만으로는 잘 끝나지 않는 한 달 살기. 그 매력이 뭘까?


영어 실력 점프업을 위한 투자? 반만 맞는 얘기다. 한 달 동안 아이는 현지 언어에 물이 들긴 든다. 아주 옅은 색으로. 사실 다른 문화를 겪고, 적응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영어가 조금 친숙해지겠지만 한 달 사이 언어 실력이 콩나물 자라듯 쑥 크기는 어렵다.

한 달 살기의 진짜 마력은 따로 있다.


영어에 대한 동기부여.


아이들도 내가 느낀 감정과 같을 것이다. 마트에서 현지인의 말을 더 잘 알아듣고 싶고,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영어로 장난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영어라는 언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스스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는 것이다.

당장 몇백 개의 단어를 외우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에 새겨진 동기는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영어 좀 잘하면 좋겠다.’

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온다면 대성공이다. 그 마음으로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영어를 대한다면 된 거다. 나는 이걸 바라고 왔다.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잔심부름을 자꾸만 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달 살기의 매력 또 하나.

엄마에게 커다란 쉼표라는 것.


옆집 아이가 없는 곳이라 내 아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수학이 얼마나 뒤 쳐졌는지, 영어 레벨은 어떤지 비교할 대상이 없다. 오직 내 아이만 바라볼 수 있기에 조급하지 않다. 내 아이만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이 엄마에게는 쉼이다.

어디 그뿐인가? 옆집 엄마가 없는 곳이라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시간 날 때 난 뭘 하고 싶은지, 한국에서의 교육이 정말 적절했는지 되돌아볼 시간이 주어진다. 너무 늦었다며 불안감을 주는 옆집 엄마나 학원이 사이판엔 없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쓴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반추하며 미소 짓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한 달 살기의 각자 이유야 다르겠지만, 분명 해 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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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TIP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에는 방과 후에 개인 과외를 받을 수 있어요. 수업 내용 복습이나 학교 과제를 도와주는 튜터가 있답니다. (추가 비용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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