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한 달 살기 DAY19

주말이 가장 바쁘다.

by 최민정

평일에는 하교 후 1시간 정도 숙제를 하거나 수학 복습을 한다. 할 일이 끝나면 지체할 새 없이 숙소 앞 수영장으로 뛰어든다. 평일은 이런 일정이 반복된다. 단조로워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매일 다르고, 학교 매점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간식도 다양하며, 어제와 같은 수영장이지만 새로운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엄마에게는 이렇게 정해진 일상이 편안하다. 사이판의 뜨거운 하늘 아래, 평일의 시간은 늘 비슷한 모양새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 사이판에 와서 가장 운전을 많이 한 날이기도 하다. 남쪽에 위치한 숙소에서 북쪽과 가까운 가라판 시내까지 왕복 2차례를 오갔다. 오늘의 일정은 이랬다.


사발루 새벽 시장 방문 - 카페에서 독서하기 - 전통 배 타기 - 마리아나 전통문화 체험 - 비치에서 석양 즐기기

내비게이션에 ‘500 sails’라는 장소를 검색한 뒤 차를 몰면 비치로드에 위치한 목적지를 안내해 준다. 창고 같은 건물 안에는 작은 배 몇 척과 작은 책상이 놓여있다. 이곳은 마리아나 관광청에서 진행하는 전통 카누 체험을 하는 곳이다. 그것도 무료로!


커다란 돛을 단 작은 배 옆에 나무 판때기를 묶어놨다. 큰아이, 작은 아이, 나 순서로 판 위에 앉았다. 나무판은 수면과 비슷한 높이라 배가 물살을 가르는 내내 짠 바닷물이 온몸을 적셨다. 방향을 잡는 조타수 외 2명의 원주민만 믿고 꽤 먼바다까지 흘러갔다. 저 멀리 작게 보이던 군함이 눈앞에서 점점 거대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배에 묶였던 돛 모서리 한끝이 스르르 풀리더니 바람에 날렸다. 돛은 그대로 떨어져 바다 멀리로 날아갈 듯 바람에 심하게 펄럭였다. 수심이 낮아 바다에 빠져 죽을 확률은 없다는 걸 알지만, 잠시 양옆에 아이들을 호위하며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상상을 했다. 조타수는 뱃머리를 다시 섬 쪽으로 돌렸다. 거센 바람과 파도로 인해 항해를 지속하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그렇게 10분 만에 우리의 대항해가 막을 내렸다.

아쉬움이 남는 짧은 항해였다. 짠 바닷물에 옷이 축축해졌지만, 작은 배에 의존해 태평양 위를 누비는 즐거움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만큼 짜릿했다. 아이들은 물이 튄다며 소리를 치고, 출렁이는 파도에 비명을 질렀다. 체험을 도와주는 원주민은 우릴 보며 웃었다.

찰나였지만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먼바다까지 나가니 가슴이 시원했다. 아이들은 짧은 여정에 아쉬워했지만, 자연은 절대 내 뜻을 따르지 않으니까.


마리아나 제도의 바다 체험이 끝났다. 이번엔 섬 문화를 알아볼까? 가라판에 위치한 T갤러리아 1층에는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한 다채로운 원주민 문화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관 만들기, 코코넛 잎으로 생활 장식품 만들기, 바나나 가지로 스탬프 찍기, 원주민 공연 관람 등 직접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직접 만지고 움직이는 거 참 좋아한다. 엄마는 그런 모습을 사진에 남겨 두는 걸 즐긴다. 아이와 엄마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원주민 전통문화 체험이다. 차모로족과 캐럴리니아족의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난 원주민들이 아이들의 체험을 도왔다. 아이들의 반응을 들어보자.


“똥머리를 하고 화관을 그 위에 장식하니까 너무 예쁘죠?”

“다음 주 토요일에 또 올래요. 못해본 걸 하고 싶어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만드는 건 작은 이벤트만으로 충분하다.

#Été Cafe #500 Sails #T Galleria by DFS, Saipan


1705750055270.jpg
1705750055725.jpg
20240120_154854.jpg
20240120_164441.jpg


*소소한 TIP

전통 카누 체험 및 전통문화 체험은 모두 무료로 진행됩니다. 다만 요일과 시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마리아나 관광청 SNS를 확인하세요. 현지인 또는 숙소 사장님께 확인 부탁을 해도 좋아요.

이전 18화# 사이판 한 달 살기 DAY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