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만남은 맑고 투명하다.
큰아이와 같은 반인 친구 자매와 우리 아이들이 가라판에 있는 크라운 리조트 수영장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해변 가까이에 만든 수영장, 아이들이 놀기 좋은 잔잔한 파도와 얕은 수심, 그리고 1층엔 식당과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객실 이용객이 아님에도 합리적인 수영장 이용료라 지갑을 열었다. 주말엔 체험비가 줄줄 새어나간다. 그간 사교육비를 아끼고 모은 덕분이다.
자매와 남매, 약 20일 전에 생전 처음 본 사이. 어른들처럼 사는 곳, 직업, 경제 사정, 학력 따위는 일절 따지지 않고 넷이 머리를 맞대고 논다. 상대가 물속에서 말하는 걸 알아듣는 게임을 하다 침까지 튀기며 깔깔댄다. 고기를 거기라 대답하는 식의 사소한 오답에도 수영장이 떠들썩하게 웃는다. 너희는 좋겠다.
어른의 대화 방식은 다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작은 걱정이 따르기도 한다.
내가 하는 말이 주제넘지 않을까?
괜히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을까?
자랑한 것처럼 들렸다면 어떡하지?
말해놓고 아차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머릿속에서 이중 삼중으로 여과해도 여지없이 실수한 것만 같다. 상대가 참 괜찮은 엄마인 걸 알지만, 짧은 인연이기에 조심스럽고 어렵다. 나와 같은 또래를 키우는 엄마라서 할 말은 넘쳐나고, 공감되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아이들처럼 먼지 한 톨 끼지 않는 투명한 만남이 이 나이 먹고 참 어렵다. 내 아이와 성향이 맞아서, 나와 사정이 비슷한 것 같아서, 우연히 같은 숙소를 잡아서 어쩌다 만난 사람들이다.
밀도 높은 시절 인연.
정도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필 타국에서 만나 같은 시기에 아이들을 같은 학교로 보내는 옆 옆방 엄마. 이 정도면 스치는 인연이라고 하기엔 절묘한 우연들이 겹겹이 겹쳤다. 게다가 말깨나 통한다면? 그렇다면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될 인연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먼저 연락을 하고, 적극적으로 약속 날짜를 잡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이판의 인연은 금세 잊을 것이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엔 또 다른 인연들이 들락거리겠지. 가끔 사진을 꺼내 유쾌한 추억으로 떠올리면 다행이다.
“그때 수민이, 서연이랑 수영장에서 재미있게 놀았지.”
“세준이는 뭐든 잘 먹는 귀여운 동생이었어.”
라며 그저 반갑게 기억해 주면 좋겠다.
“수민이 엄마는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는 모습이 부러웠어.”
“세아 엄마는 사이판의 여러 모습을 전해주는 고마운 사람이었지.”
그리고 엄마는 이유가 있는 추억을 곱씹으며 사이판을 회상할 것이다.
한국에서 버리기 직전의 물건을 좀 싸 왔다. 몇 번 입고 나면 작아져 버릴 아이들의 낡은 옷, 그리고 몇 년 잘 신고 이젠 빛바랜 싸구려 샌들. 아직 열흘 정도 남았는데 바닷물을 여러 번 먹어 밑창이 너덜너덜해진 스트랩샌들은 내 발아래에서 운명을 다 했다. 정말 어.쩔.수.없.이.
신발을 하나 장만해야 했다.
사이판에 있는 신발 가게를 겨우 찾아내 가장 촌스럽지 않은 놈으로 골라냈다. 무려 29달러나 주고. 새 신발도 샀으니 남은 기간 폴짝, 더 높은 곳에서 사이판을 바라볼 수 있길.
‘너는 열흘 동안 절대 바닷물 안 먹일게.’
#Crowne Plaza Resort Saipan, an IHG Hotel #Saipan Shoes
*소소한 TIP
대형 리조트에서 수영장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겨보세요. 아이들은 수영장의 맛과 바다의 멋을 고루 느끼며 하루 종일 행복해한답니다. 그 덕에 취침 시간이 빨라지는 건 덤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