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한 달 살기 DAY21

사이판에서 산책해 볼까요?

by 최민정

한 달 살기를 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건강해야 한다. 외롭다고 마음이 쉬 지쳐서도 안 되고, 몸이 아프면 더더욱 힘들다. 아이들을 등하교시키고, 밥을 준비하며, 때때로 기억에 남을 체험 활동도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좀 걷기로 했다. 비치로드를 따라 산책길이 제법 잘 조성된 구간이 있었다.


‘비치로드 산책로는 한 번 걸어봐야 사이판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밀도 높은 시절 인연과 동행하기로 했다.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가 운전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운전 중에 절대 볼 수 없는 작은 가게, 나무 그늘과 파도 소리는 걷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것들이다. 이런 어수룩하고 느린 여행을 좋아한다. 발길이 닿는 사이판의 모래, 눈길이 머무는 바다 멀리 풍경.

파란 하늘 아래 평행선을 그으며 반짝 빛나는 바다 물결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그림이다. 산책로에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나무들과 자동차 소리를 잠재우는 파도 소리까지. 역시 트레킹은 여행의 꽃이다. 아무 말 없이 걷고만 있어도 사이판이 어떤 곳인지 정말 잘 알겠다.


산책 친구는 해변에서 주운 돌멩이 하나를 사이판 바다에 던졌다. 로마의 트레비분수를 떠올리며 돌멩이를 바다 멀리까지 보냈다.


“잘 던졌으니까, 저 사이판에 다시 올 수 있겠죠?”


오래 살수록 다시 만나고 싶은 곳이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사이판에 더 빨리 깊게 물들고 있었다.

하교 후 susupe 비치로드에 위치한 작은 법원 견학을 했다. 오전에 산책하다 우연히 들른 카페 한국 사장님의 소개였다. 계획 없이 진행된 체험이지만 아이들의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법원의 역사에 대한 동영상 시청에 이어 현재 해당 법원에 재직하는 판사 세 분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판사님은 언제 판사가 되실 결심을 하셨나요?”

“25살 때까지 농장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죠.”


농장 일을 하다 법조인이 될 결심이라니. 판사복을 입고 질문에 답하는 판사분들 앞에 아이들도 제법 진지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누군가를 직접 만나본다는 건 아이들에게 큰 울림이 있을 것이다. 꼭 판사나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고진감래 아니겠는가.


꿈을 거저 이루는 일은 드물다. 그저 갈고닦는 과정 끝에 달콤한 열매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엄마의 똑같은 잔소리엔 그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Guma’ Hustisia Iimwal Aweewe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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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TIP

견학을 가기 전, 아이들에게 질문거리를 생각하게 해주세요. 아이들의 사소하고 엉뚱한 질문이 기억에 남는 생생한 순간을 만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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