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한 달 살기 DAY24

다음을 기약하는 최소한의 노력

by 최민정

학교에 첫 등교 날, 스쿨링을 도와주시는 교민 분이 하신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이 아프면 안 돼요.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면 선생님이 바로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에이 설마? 컨디션 좀 안 좋다고 집에 보낸다고? 한국에서는 독감에 걸려 열이 펄펄 나거나, 배가 아파 움직일 수 없거나, 전염병에라도 걸려야 결석했다. 하지만 이곳은 학생이 아파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보이거나, 기침 등의 증상으로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부모에게 전화해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하필 작은 아이가 며칠째 잔기침을 했다. 아침마다 한국에서 챙겨 온 약을 먹여 보내지만, 마음은 좋지 않았다. 왠지 교칙을 어기는 것 같고, 아픈 아이를 기어코 학교에 보내는 비정한 엄마인 것 같다. 하지만 하루 학비가 얼만지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무거운 마음으로 아이의 점심 도시락을 싸고 있었다.


‘미안해. 한 달 살기의 하루는 한국의 하루보다 귀하단다.’


아이는 씩씩하게 학교에 갔다. 제발 학교에서만큼은 기침이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냈다.


아이를 등교시킨 후 같은 숙소에 머무는 엄마 차에 올랐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한 달 살기 숙소를 둘러보고 라우라우베이를 산책할 계획이었다. 한 달 살기에 적합한 숙소란 한국의 콘도와 비슷한 모습이어야 한다.


취사가 가능할 것.

수영장이 딸려 있을 것.

학교와 가까울 것.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숙소 중 가격이 합리적인 곳에 머물면 된다. 비슷한 가격이면 평수가 좀 더 넓으면 좋고, 주변에 마트가 있으면 더더욱 좋다.

오늘 가 본 스탠포드호텔은 한국 엄마들이 많이 묵는 곳이란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한국 엄마들이 괜히 선호할 리 있나. 내 예상이 맞았다. 내부를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소형 평형대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 수영장과 주차장 역시 잘 갖춰져 있었다. 다음 방학을 위한 예약은 서둘러 출국 전에 해야 한단다. 와우.

다음을 기대하며 머물고 싶은 곳을 미리 둘러본다는 건 그 발걸음만으로 괜히 신나는 일이다. 못 와도 좋고, 더 안 좋은 숙소에 머물러도 괜찮다. 발자국을 많이 남기는 것만으로도 사이판과 좀 가까워진 기분이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마리아나제도에서 가장 큰 법원, 미연방법원 견학을 예약했다. 사이판엔 법원이 2개 있다. 오늘 방문한 미연방법원은 둘 중 규모가 더 큰 곳이다. 10명 남짓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인솔자를 따라 법원 곳곳을 누볐다. 한국에서도 가 보지 못한 법원을 사이판에서만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문 앞에서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이판의 법원은 권위적이지 않다. 판사라고 무게를 잡거나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수석 판사는 아이들 눈을 마주치며 다정하게 물었다.


“사이판 학교는 재미있니?”


아이들의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영락없는 이웃집 아줌마의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다는 판사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었다. 원고, 배심원, 검사 등 모르는 단어도 많았지만, 아이들은 판사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내 꿈에 판사도 하나 넣을래요.”


법원 투어 비용이 싸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을 고민했는데, 좀 덜 아까운 마음이 드는 큰아이의 후기였다. 당장은 지갑에서 나가는 돈이 좀 쌉쌀하지만, 살면서 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어 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걸로 됐다. 오늘 경험한 것들은 언젠가 숲 속 나뭇가지 사이에서 찾을지도 모를 보물 같은 거니까.

#Stanford #Bada Art Cafe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Northern Mariana Is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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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TIP

인기 많은 한 달 살기 숙소는 예약 마감이 빨라요. 한 달 살기를 결심했다면 입학 가능한 학교 및 숙소를 먼저 알아보세요. 네이버 사이판 카페에 가입해, 숙소 견적을 받거나, 숙소에 직접 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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