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관공서 한 번 가 볼래?
MCS 학교에서 차로 4분 거리에 우체국이 하나 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우체국에 갈 일이 없었다. 우편이나 택배를 직접 보내는 일도 잘 없거니와, 뭐 하는 곳인지 사회책에서나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이판 우체국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애들 엽서 한 장씩 써서 우체국에 다녀왔어요?”
숙소의 옆집, 윗집 다 다녀왔단다. 우체국에 가서 한국에 있는 친구나 친척에게 직접 쓴 엽서를 부쳐보는 것도 한 달 살기에서는 특별한 체험이 된다. 하교하는 아이들 손에 미리 써둔 엽서를 하나씩 쥐게 했다. 우체국 문을 열면 온화하고 여유로운 직원들의 눈빛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자, 직접 가서 부치고 와.”
영어 말하기에 제법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우편을 담당하는 직원 앞에 엽서를 내밀었다. 직원은 하루에 열댓 번도 더 있는 일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엽서를 받았다. 우표를 붙인 엽서는 2주 이상이 걸리는 긴 시간을 날아 한국에 도착할 것이다. 큰아이의 엽서는 시골 외할머니댁, 작은 아이 것은 같은 집에 사는 아빠 손에.
한국에서는 별일 아닌 것도, 사이판에서는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된다. 주소를 영문으로 적어보는 일, 사이판 우체국 문을 열어보는 일, 우체국 직원과 대화하는 일. 이런 사소한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현장 학습인 셈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관공서는 가라판에 위치한 소방서였다. 사이판 한 달 살기 블로그를 보면 종종 아이들과 소방서에 다녀왔다는 글이 게시된다. 처음에는 여행 업체를 통해 소방서 투어를 따로 신청해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그냥 아이들과 가까운 소방서에 직접 가서 부탁하면 될 일이다.
“아이들과 소방서 견학을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소방관 출동이 필요한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가능하다. 그것도 소방시설에 대한 친절한 해설을 덧붙여서 말이다. 소방관은 소방차 구석구석을 열어 소방 장비를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아주 호의적인 태도로 소방용 헬멧을 씌워주고, 문을 부술 때 쓰는 무거운 쇠뭉치를 들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책으로 읽거나 영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지며 배운 이 시간을 아이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우릴 위해 애쓰시는 분들의 노력을 잊지 않길 바란다.
이튿날 저녁, 수영하고 온 큰아이가 수영장에서 어제 만난 소방관을 봤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풀파티를 즐기러 우리 숙소에 방문한 것이다. 사이판 참 좁다. 문뜩 아이 손을 잡고 환한 미소로 등장했을 소방관의 얼굴이 그려진다.
#United States Postal Service #Garapan, Fire Station
*소소한 TIP
관공서 견학을 허락하고 안내해 주신 분들에게 드릴 시원한 음료를 준비하면 어떨까요? 저는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미리 간식을 준비해 온 엄마에게서 배려와 예의를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