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것만 고집하지 말아요.
밤낮 계속되는 작은 아이의 기침 소리에 며칠째 가시방석이다. 한국에서라면 벌써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먹고도 남았을 기간이다. 미국 약은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꾸역꾸역 한국 약 파는 곳을 검색해 찾아갔다. 약국 간판이 걸리지 않은 가정집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아이가 며칠째 기침이 낫질 않아서요.”
“그럼 이거 가져가세요.”
동네 약국에서 많이 보던 시럽이었다. 한국어로 된 약상자가 얼마나 반갑던지 한 개를 덥석 집어 들었다.
“얼마예요?”
“15달러예요.”
한국에서 4천 원이면 살 약을 15달러나 주고 사자니 제철이 아닌 과일을 괜히 큰돈 주고 사 먹는 기분이었다. 이미 기분 좋게 약을 손에 쥔 터라 얼마 안 남은 달러를 탈탈 털 수밖에 없었다.
왠지 좀 쓰린 마음이지만 약속 장소로 향했다. 사이판에서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마지막 점심을 하기 위해 식당에서 보기로 한 것이다. 모인 사람들에게 오전에 비싼 한국 약을 산 경험을 털어놓았다. 말로 덜어내면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법이니까. 아이들의 스쿨링을 도와주셨던 분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기침할 때 이 약 먹으면 바로 낫잖아요. 왜 여기까지 와서 비싼 한국 걸 사.”
친히 카톡으로 약 모양과 이름을 보내줬다. 아직 관계가 설익은 이웃들에게 묻는 연습이 덜 된 탓일까. 이들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조언을 들었다면 쉽게 해결됐을 일을 직접 겪고 나서야 깨닫는다. 엄마가 부딪히며 배우는 과정도 끝이 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미국에 왔으면 미국 약을 먹으면 된다. 괜한 고집엔 불쾌한 결과가 따를 수도 있으니.
씁쓸한 경험을 잊고 마지막 현지식이 될 ‘로코모코’를 주문했다. 로코모코는 하와이의 대표 음식으로 흰쌀밥 위에 고기 패티와 달걀 프라이를 올린 것이다. 그 위에 그레이비소스를 곁들여 먹는 음식인데 방문한 식당에서는 크림소스를 듬뿍 뿌려주었다. 김치찌개가 당기지만, 사이판 생활의 끝머리에서 멋지게 현지식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역시 느끼하다.
# Judy’s Restaurant & Cafe #PHI Pharm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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