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준생일기#2
퇴직을 결심한 것은 정말 오래 된 일이다.
누가 사직서 한 장 가슴에 품지 않고 직장을 다니랴?
월급은 항상 적고, 일은 늘 많이 하고 내 시간은 없고 미래는 답답할때
사직서 한 장 내밀어 새로운 삶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리라
하지만 나의 퇴직은 경우가 좀 다르다.
50 넘어 얻은 직장이고
그때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나름 재밌었고 월급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정말 좌절하고 더 이상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을 때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때 시작한 일이었기에 아마 오래 할 가능성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월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적었고
일은 정말 많았고
내 나이 되도록 얻은 지식, 인맥, 경험
그 모든것을 일에 쏟아 부었다.
내가 사는 작은 도시에 시청에 출입하는 기자만 해도 300명이 넘고
누구나 1인 신문을 만들어 기자라는 직업을 시작할 수 있고
메이저신문사나 방송국 통신사 출신 기자들에게는 무시받고
그리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기사를 매일 생산해야 하는
인터넷신문 기자라는 일
처음 내 기사가 출고돼 인터넷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을 때 기뻤고
누군가 내 기사를 읽어주었을때
누군가 나에게 기사제보를 해 주었을때
시청이나 교육청 브리핑을 갔을때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쉽게 만날때
평소 물어보기 어려운 것을 서슴치 않고 물어볼 수 있을 때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 좋았다
글을 쓰는 것을 원래 좋아했지만
글 쓰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상상은 해 보지 않았기에
글을 쓰면서 얼마간의 수입이라도 얻게 돼 너무 기뻤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일을 삼년쯤 하다보면
보지 말아야 할 것도 보게되고 알지 말아야 할 것도 알게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해야 한다.
꼭 그게 이유는 아니었지만
내가 글을 쓸 힘이 남아있을때
보도자료가 아닌,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글을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