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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프레너 Mar 13. 2023

퇴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퇴준생일기#1

3월 첫주 월요일, 드디어 대표에게 한 달 뒤 퇴직하겠다는 말을 꺼냈다. 남편과 10년차 주말부부를 하고 있어 딸이 대학교를 졸업한 지금 더 이상 떨어져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이 도시에 이사온 것도 하던 일을 관두고 남편을 따라 이사 온 것이었지만 운명이 주말부부였는지 이 도시에 온 지 4개월만에 남편은 다른 도시로 발령을 받았다.

그때는 딸이 고 1이도 했고 살던 곳에서 모두 정리해 이 도시에 이사온터라 다시 남편과 함께 움직일 수 없는 처지여서 주말부부를 시작했다.

운전면허가 없는 남편은 출퇴근과 출장을 내가 태워주는 것으로 해결했었는데 그렇게 손이 많이 가던 남편과 주말부부를 시작하니 시간이 많이 생겼다.

고등학생인 딸과 들어오지 않는 남편. 모든 주부가 부러워 할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새로운 직업을 갖기 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다.

봉사활동도 하고 학부모회 활동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 쪽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대학 전공이 정치외교학이기도 했고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공부했었고 무엇보다 호기심이 많아 이런저런 일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정치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치와 관련된 일이야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하고 결국 공천 경선도 가지 못하고 꿈이 좌절된 상태에서 지역인터넷신문 기자생활을 하게 됐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사람은 선거에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라는 말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우스개처럼 떠돈다.

나는 예비후보에 두 번이나 도전하고 공천은커녕 경선도 못 나가봤으니 사람도 아닌 사람에서도 더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자존심이 무너질대로 무너진 상태에서 기자생활을 하니 그동안 받은 상처를 얼마만큼은 치유할 수 있었다.

그럴 기회를 준 대표님께도 늘 고마운 생각이 든다.

기자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글을 쓰는 법도 알게 됐고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기획서를 쓰는 일, 기자회견에 참여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일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다.

일은 재밌었지만 체력도 딸리고 3년쯤 일하다보니 주말부부도 끝내고 싶고 내 글을 쓰고 싶다

건강도 안 좋아지고 주말부부를 하는 것이 힘들어져서 살림을 합쳐보기로 했다.

일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퇴직준비를 위해 처음 한 것이 블로그관리.

내가 매일 글을 써서 외부에 공유할 채널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글쓰기 교실에 등록해 매일 글쓰기 훈련을 하기로 결심했다.

두렵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명상교실에 등록했고 그동안 못 즐겼던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음악교양수업을 들으며 갱년기에 접어든 몸을 돌보기 위해 보건소에서 하는 갱년기 여성건강을 위한 강좌에도 등록했다.

어찌보면 기자생활을 할 때 보다 더 바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매일 오전 8시에 출근해 하루 한 개의 기획기사와 대여섯개의 보도자료를 정리하던 성실함으로 퇴직후에도 열심히 살아보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과정을 마친 것 같다.

퇴직자들의 이야기를 단편소설로 쓰고 싶기도 하고 은퇴후 삶을 준비하는 50대를 위한 책을 쓰고 싶다.

또 퇴직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퇴직자를 위한 복지혜택은, 퇴직자들의 심리상태, 재미있고 풍성한 노후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글을 써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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