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출근 안 해도 되는 첫날입니다. 내가 나를 고용하기로 한 첫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해야 할 일은 1)시청에서 여권찾아오기 2)여기자클럽과 시장과 점심약속 3)나에게 업무 부여하기 정도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딸이 공무원 시험을 봐서 이번 주는 딸 뒷바라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 주겠다고 생각하며 월요일을 시작해봅니다.
어제 제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 봤습니다.
처음 출근할 때가 떠오릅니다. 회사 대표가 매일 오전 7시반이면 출근을 하셔서 저도 8시 30분까지는 사무실에 가야지 생각했었습니다. 출근시간대에 집 주변에 교통정체가 심한 편이라 일찍 출근 하는 것이 교통체증도 피할 수 있고 오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과를 시작하는 습관은 퇴사를 하더라도 그대로 가지고 있어야지 하는 결심을 첫 번째로 해 봅니다.
월요일 아침에는 남편을 오송역으로 태워줘야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른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고 사람 많은 버스를 타고 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시작한 일입니다. 보통 6시 반에 차를 타고 30분쯤 가면 오송역이 나옵니다. 남편을 내려주고 금요일 오후에 만나자고 인사하는 것이 매주 월요일 일과였으니 이것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조금 달라졌다면 전에는 바로 출근을 해야 하니 아침 샤워를 하거나 화장을 하는 등 출근 준비를 끝내고 남편을 태워주러 나갔어야 했는데 오늘은 화장을 안 하고 나가도 되니 조금 여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전 7시 10분쯤 집에 돌아오니 곧 나가야 하는 딸이 아침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합니다.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 없어 볶음밥을 해 주고 오전 7시 40분에 딸을 태워주러 나갑니다.
돌아와 보니 8시 10분.
퇴사 전에는 한참 출근을 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오늘 오전에 해야 하는 일은 끝내고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퇴사하면 그동안 못봤던 책을 좀 읽고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주부로서도 해야 하는 일은 많습니다.
아침 설거지를 해야 하고 점심 약속이 있고 한 달째 못 읽은 책이 있으니 이번 주 안에는 마무리해야합니다.
인수인계 덜 한 부분이 있으면 이번 주에 마무리하고 오늘은 여기자클럽과 시장의 점심 약속에 참여해 퇴직인사도 해야 합니다.
일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 전화상으로라도 인사를 해야 하고…
그렇게 긴 시간 일하지 않았지만 마무리해야 할 일은 꽤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주만 지나면 조금 익숙해지겠지요.
이번 주에 가장 공들여 해야 할 일은
‘퇴직했어도 퇴직 전 삶의 루틴 허물지 말기. 일하던 시간에 공부하고 독서하고 글쓰는 습관 계속하기.’입니다.
벚꽃축제가 여기저기 있으니 꽃구경도 추가해야 겠네요.
행복한 퇴직자가 되고 싶은 도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