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가파도에서
봄바람 부는 날
운진항으로 차를 달려
가파도행 배표를 샀다
정기여객선은 파도를 가르며
가파도 항구에 닿았다.
짙푸른 바다의 몸짓이
제방 돌벽을 두드리며
하얀 포말을 피워냈고
재빠른 바람은
먼저 섬에 닿아
말없이 나를 맞이했다.
작은 부두에
발을 내딛는 순간
섬은 다정하게
나를 품었고
나는
천천히
그 품에 스며들었다
청보리밭 사이
보랏빛 갯무꽃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물결을 만들고
노란 유채꽃 펼쳐진
돌담길은 청보리밭을 가르며
나와 함께
천천히 걸었다
말도
생각도
모두 내려놓고 걸으니
나는 어느새
바람이 되고
파도가 되고
유채꽃물결이 되어
나비처럼
가볍게 나부꼈다
가파도.
그 섬,
청보리를 키우는 바람 속에
나도 한줄기 보리이삭 되어
깊게 고개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