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빛

자작시

by 해인

해가 천천히 바다로 내려앉는다.

수평선 끝자락이 붉게 물들고,

하루가 천천히 막을 내릴 때

창가에 앉아 나는 그 빛을 바라본다.


이젠 종종거리며 서두를 일도

애써 증명할 일도 없다.

미워할 사람도, 경쟁할 이유도,

나 자신을 다그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길때

석양은 조용히 내 귓가에 속삭인다.


나의 오늘은 괜찮았다고.


멀리서 한치잡이 배들이 불을 켠다.

하나, 둘, 셋… 바다 위로 별처럼 떠오르는 불빛들.

기나긴 인생에 종종 켜졌던 폭죽처럼

희미한 기억속에 불빛의 여운을 남긴다.


뜨겁게 타올랐고, 때론 들끓었고,

많은 문제가 끊임없이 주어졌지만


이제는 알듯한 답안지를 채우기보다

지금은 내려놓는 시간, 비워내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깊이 물들어가는 시간이다.


괜찮은 하루였다.

그래, 인생도 그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제주에서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