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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r 12. 2023

새로운 구별짓기와 사유하지 않는 사회

#1


피에르 부르디외에 의하면, "예술"은 기능보단 형식을, 소재보다는 매너를 우선시하여 상류층이 사회적으로 구별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즉, 예술은 직접 체험이 필요하기에 접근 기회가 많은 상류층 아동에게 유리하며,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세련된 형식과 매너를 체득하게 된다. 비슷한 의미에서 조선시대 양반가의 가풍(家風)이란 것이 있었다.

부르디외의 관점에서 최근 흥미로운 현상은, 온라인의 비속적 커뮤니티 문화(이것은 대중문화와 구별된다)에 젖어들수록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으로 추락할 여지가 굉장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베 같은 특정 커뮤니티의 용어를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사람들은 부정적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구별 지어지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는 형식보다는 기능(보통 압축성, 합리성, 가성비로 인식됨)을, 매너보다는 소재(건조하게 팩트 혹은 증거라 불리는 것들)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본주의 사회에 최적화된 효율 높은 인간상이라 느낄지 모르겠으나, 정작 현대사회의 상류층들은 비효율적, 비경제적 문화예술 및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다.


#2


정신적으로 사유(思惟) 하지 않게 만드는 사회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숏츠는 나도 몰랐던 내 욕망의 작은 불씨를 발견하고, 그곳에 불을 지르고, 다시 나를 그곳에 가두어 매몰시킨다. 도파민의 불구덩이 속에서 사유와 저항의 의지는 처참하게 꺾여버린다.

이것은 과거 독재정권의 3S 정책(스크린, 스포츠, 섹스) 보다 훨씬 강력하다. 결국 역사적으로 그래왔듯 "절제하고 사유하는 계급"만이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첨단 자본주의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저소득층은 고도로 계산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아래에서 패스트푸드의 강렬한 맛, 온라인 쇼핑의 짜릿한 맛, 그리고 소셜미디어 정보의 자극적인 맛에 취해 매일 생각 없이 무절제하게 먹고 마시고 보고 사는 중독적 소비(보통 구독이라 불리는 서비스들)에 빠져 살게 될지 모른다. 다시 말해, 도파민 중독의 노예로 평생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IT업계 거물’들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도 엄격하다. 팀 쿡의 전임이자 애플 창업자인 故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생전인 지난 2011년 아이패드를 최초로 출시한 당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집에서 자녀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할 수 없다. 아이들이 집에서 IT 기술을 다루는 것을 철저히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 중앙일보. 美 CEO들, 자녀 SNS·스마트폰 이용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2018년 1월 22일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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