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중독 사회
소득과 정제당 섭취는 반비례한다.
미디어에서 최근 한국인들의 비만과 당뇨 등의 원인을 서구화된 식단 때문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서구에서 시작된 산업화된 식품 때문이다. 그 증거로 미국이나 서유럽 사회처럼 한국의 저소득층도 쉽게 당 중독(탄수화물 중독 포함)에 빠지고 있다.
우리의 몸은 곡물이나 과일 등 자연의 식품들을 통해 당을 흡수하도록 오랜 시간 진화되어 왔다. 하지만 저렴한 초가공식품은 정제 당만을 체내에 공급한다. 자연의 식품들이 제공하던 식이섬유와 같은 좋은 영양소들은 제외된 채 오로지 순수한 당 에너지만을 식품산업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생산하여 유통하고 있다.
민간시장의 구조상, 저소득층은 당이 주는 도파민 작용에 의한 즐거움에 쉽게 중독되어 버린다. 매일 습관처럼(가끔이 아니라 매일!), 힘든 하루를 버틴 자신에게 달콤한 도넛 혹은 케이크 한 조각을 선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뇌의 도파민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약처럼 뇌의 보상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버린 것이다 (술과 담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왜 저소득층만 당에 쉽게 중독될까 의아하게 느낄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자연식품(whole food)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은 들지만 자연식품을 섭취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제 당 섭취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위 럭셔리 소비문화는 건강하고 전통적인 것들이 많다. 느리게 조리하는 파인 다이닝, 오가닉 식품점, 빈티지 와인, 수제 치즈 등.
반대로 자연식품에 투자할 돈과 요리할 시간이 부족한 계층은 편의점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초가공식품에 기댈 수밖에 없다. 가혹하게도, 건강을 희생시켜 가면서 모은 돈의 일부는 부동산 비용(임대료, 전월세, 주택 대출이자 등)으로 빠져나간다. 이것이 저소득층에게 당 중독이란 이중고를 전가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다. 저소득층은 사회적 성취가 아닌 당장의 당 섭취를 통해 하루의 즐거움을 아주 잠깐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당에 중독된 이들의 몸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