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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03. 2022

일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뇌를 바로 알아야 한다

뇌의 생존과 생산의 메커니즘

생존을 최고의 목표로 살아온 인류에게 인간의 뇌는 초저전력 모드로 세팅되어 있다.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를 상대할 당시, 전구를 켤 정도의 0.02kW(킬로와트)의 에너지만을 사용한 반면 알파고는 8500배가 넘는 1700kW의 전력을 소비했다고 한다(21년 11월 15일 자 조선일보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이처럼 우리의 뇌는 생존과 직결될 수 있는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를 사전에 차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무의식적으로 복잡한 생각과 판단을 자꾸 미루려고 하는 것도 우리 뇌가 에너지 세이빙을 위해 작업을 거부한 결과다. 또한 반대로 사용 후에는 에너지 보충을 위해 배고픔을 쉽게 느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뇌의 잠재력은 무한하며 에너지 투입 대비 출력의 가성비는 엄청나다. 어떤 작업의 데드라인이 가까워질수록 우리 뇌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조용히 작업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특정 주제에 신경을 모으고 내적 작업 스위치를 켜놓으면 뇌는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를 전달하는데, 사실 이것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뇌가 밤낮으로 사고한 결과다. 따라서 뇌는 저전력 모드 아래에서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정리하자면, 뇌는 갑작스럽게 큰 에너지를 써야 하는 작업은 (생존을 위해) 거부하려고 하지만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 "루틴" 아래에서의 작업은 굉장한 잠재력을 발휘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깐의 독서로 지적 재료들을 넣어주고, 건강한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운동을 통해 근육을 단련하고, 대화나 명상, 사회문화적 활동 등으로 정신을 가다듬으면 뇌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엄격한 식단관리와 운동(달리기나 수영)을 반복하는 가운데 매일 원고지 20매씩을 꾸준히 생산해낸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하루의 루틴에 집착하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뇌의 효율적 에너지 관리를 통한 생산 메커니즘과 관련된다.


한국의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가운데, 전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창조적인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 우리 사회의 시간이 더욱 느리고 여유 있게 흘러가야 하고 개인의 일과 후 일상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뇌의 생존과 생산의 메커니즘"에서 찾을 수 있다. 아무리 부지런한 농부라도 수확의 시기는 앞당길 수는 없다. 자연에서 벼가 익어가는 절대적인 생산의 시간을 우리 사회는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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