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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03. 2022

시민들에 의한 추모 공간

런던 National Covid Memorial Wall

런던은 상징으로 가득 찬 도시다. 중세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수많은 전쟁으로부터 도시를 지켜낸 영웅들의 동상들이 도심 곳곳에 위치한다. 이들은 주로 군주, 장군, 정치인들로서 당대의 주류사회를 대표하는 권력자들이다.


역사적으로 중앙 집권화된 권력 중심의 런던에서 현재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억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마치 동양에서 떠나보낸 이를 애도하고 넋을 기리기 위해 탑을 쌓듯 영국에서도 벽화를 그려 시민들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무려 17만 명의 희생자(한국 2만 2천 명)가 발생했다.

자원봉사자들이 그린 하트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추모를 위한 정보들을 기입할 수 있다.

2021년 3월부터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하트가 그려지기 시작한 이곳은 세인트 토마스 병원과 템즈강변 사이에 위치한 담벼락이다. 영국의 국회의사당, 총리 관저, 중앙정부 청사들이 모여있는 웨스트민스터에서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통해 템즈강을 건너면 바로 세인트 토마스 병원(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로 입원했던 곳)이 위치한다. 또한 담벼락은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마주한 강 건너편의 강변 산책로다.


시민들 스스로 이름이 적히지 않은 빈 하트를 찾아 떠난 보낸 이의 이름을 적고 추모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그린 하트가 5-10미터 벽을 남기고 모두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하트가 그려지지 않은 곳까지도 시민들이 불규칙하게 하트를 그려 추모의 공간이 연장되고 있다.


국가의 정책이 아닌 시민들이 공공공간에 자발적으로 만들어간 추모의 공간에는 "THE NATIONAL COVID MEMORIAL WALL"이라는 현판이 붙어있을 뿐이다. 2021년, 영국 총리는 이 공간을 영구히 보존할 것을 약속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총리는 파티게이트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자연스럽게 추모공간은 주변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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