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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03. 2022

왜 한국사회는 보존이 아닌 복원에 집착하는가?

영국 셰필드 역 도심 근처 언덕에 위치한 파크힐 단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셰필드 시 흥망성쇠의 역사를 함께한 상징적인 건물이다. 영국인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브루탈리즘의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임에도 현재까지 남아있는 이유는 아마도 지역주민들의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모두 남아있는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라서가 아닐까?  


파크힐의 재생을 통해 지역주민들은 철강업으로 번성했던 과거 영광의 순간, 자랑스러운 순간을 떠올리고 그날이 다시 한번 찾아오기를 꿈꾼다. 또한 낡고 쇠퇴하고 위험해진 현재 커뮤니티의 모습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는 지역의 상징적인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한국전쟁 이후 최극빈국에서 경제개발의 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사회에서 과거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지만, 영국인들에게 과거는 대영제국의 전성기인 빅토리아 시대를 포함하여 다시 되찾고 싶은 영광의 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에서 온 나에게 과거 공간을 보존하려는 영국 사회의 적극적인 모습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과거의 좋았던 날을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열망이 그 보존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동력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우리도 해방 이후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허물어 경복궁을 복원하고, 판자촌을 밀어 반듯한 아파트를 세우고 올림픽을 치르고, 광화문 대로를 몇 번이나 파헤쳐 공사를 했다. 결국 우리도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아프지 않았던 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 영광을 재현하려는 모습은 영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처를 잊기 위해 아픈 역사의 흔적들을 지우고, 그 상처 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 "기록에는 있으나 기억에는 없는 장소"를 복원하려는 게 현재 우리가 실천하는 보존의 현주소가 아닐까?


Park Hill, Sheffield (사진출처: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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