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의 의미는 그 존재 자체에 있다. 즉, 특별한 이유나 의미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그곳에 살아가고 존재하는 내가 바로 의미가 된다. 도시공간은 이러한 인간이라는 주체가 살아갈 물리적 비물리적 상대적 대상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운명을 가진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타인에 의해 계획적으로 조성되는 건조 환경(건축, 조경, 도시 등)의 인공적 기능, 의미, 관계는 계획에 맞게 살아갈 수 없는, 왜 사는지에 대한 별다른 이유 없이 현 시공간을 살아갈 속성을 가진 복잡하고 파편적인 인간의 삶(존재의 의미)을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가? 혹은 담아내야만 하는가? 존재의 의미는 도시공간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
합리성에 바탕을 둔 근현대의 과학적 도시계획은 인간을 관념적 편견(인구학적 요소, 정치 경제의 주체) 없이 이론적 대상(실험 대상, 전략의 대상)이 아닌 현상 그 자체(인간의 삶, 일상, 존재)로 바라보고 담아내고 있는가? 현대 도시계획은 과학적 증거의 합리성을 입증하기 위해 인간의 미세한 차이들(존재의 의미들)을 묵살하고는 있지 않은가? 계획과 무계획의 경계에는 무엇이 있는가? 계획과 전략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계획가는 인간의 존재를 환경적으로 개선시키는 동시에 인공적 틀에 넣고 억압하는 모순에 빠져있지는 않은가?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픈 말은, 인간은 도시공간이라는 거대한 기계(상품)를 움직이는 부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공간은 인간(주체)의 존재의 의미를 자각하고 실현하는 무대(대상)이다. 하지만 현대 도시계획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근대적 관념(공간의 상품화, 인간의 부품화, 공간의 기계적 활성화)을 품고 도시공간의 기능적 경제적 활성화에 전념하고 있다. 인간이 먼저냐 공간이 먼저냐는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겠지만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 없이 만들어진 도시공간 전략은 기계 설계도와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