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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n 08. 2022

짧은 더블린 도심 답사 기록

감정 없는 건조한 기록 주의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 도심은 보행환경 디자인에 꽤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더블린 상징가로인 오코넬 스트리트에는 중앙에 트램이 차량과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자전거 도로와 넓은 보행자 가로에 공간을 내주어 정작 자동차 도로는 양방향 4차선 밖에 되지 않는다. 깍두기처럼 깎은 2열의 가로수도 독특하다. 건물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한적으로 심어져 있었다. 


수변가로에는 보행데크를 만들어 벤치와 작은 카페를 포함해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있다. 햇볕이 나면 사람들은 데크 바닥에 앉아 커피나 음료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맑은 날이 흔하지 않은 서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코넬 스트리트에는 120m 높이의 Spire of Dublin이라는 첨탑이 세워져 있다. 이 자리는 아일랜드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기인 1809년에 영국 해군이자 전쟁영웅인 넬슨 제독의 기념비(Nelson's Pillar)가 세워졌으며, 1966년 IRA에 의해 폭파되면서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더블린의 국가적인 상징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푸드점을 포함해 저렴한 상점들이 채워지면서 매력을 잃고 쇠퇴해가던 중에 가로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도심재생 프로젝트들이 시작되었고 그중에 하나가 바로 Spire of Dublin이다. 이 높은 랜드마크의 첨탑 덕분에 도심 블록 내부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오코넬 스트리트는 지금도 패스트푸드점, 기념품점, 카지노, 소규모 도박장, 편의점들로 채워져 있어 보행자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인상을 준다. 참고로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도 넬슨 제독의 1805년 트라팔가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840년에 건설된 도심 광장이다. 버킹엄 궁전, 영국 의회, 총리 관저의 축이 연결되는 중요한 결절점에 위치한다. 

많은 유럽도시들이 그렇듯 저녁 7-8시만 넘어도 도심 쇼핑거리는 텅텅 비어있다.


더블린 도심 블록 내부는 중세시대부터 형성된 공간구조의 특성상 가로가 좁고 복잡하지만 주요 가로의 축은 보행자 전용 네트워크로 정비되어 있다. 역시 문제는 템플 스트리트 같은 일부 거리를 제외하고 채워져 있는 소비공간이 관광객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영국 셰필드 도심과 분위기가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꼈는데, 인구 50만 명 규모(더블린 54만, 셰필드 58만)의 영국 및 아일랜드 도시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진 비슷한 도심재생 전략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 나름 한 나라의 수도인데 인구 54만 명의 더블린은 너무 작고 평화로웠지만, 보행만으로 주요 관광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더블린에서 가장 유명한 펍 중에 하나인 템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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