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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n 08. 2022

탈세계화는 도시학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까?

KBS 홍사훈의 경제쇼(6월 7일 방송)를 듣고 난 뒤의 생각들

지금까지 현대 도시학(urban studies)의 핵심 이슈 중에 하나는 세계화였다.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진행된 세계화는 국가 간 경계를 약화시켜 물류, 자본, 지식, 노동력, 정보의 이동과 함께 급속한 도시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의 IMF(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의 도시변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서구 학자들에 의해 해석된다. 사스키아 사센의 글로벌 도시론, 마누엘 카스텔스의 정보도시론, 데이비드 하비의 시공간 축소이론 등 당시 도시의 새로운 변화를 감지한 서구 학계에서는 세계화와 관련된 이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렴하게 공급을 받은 덕분에 이후 미국과 자유주의 진영의 동맹국들은 큰 인플레이션 문제없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고, 중국과 베트남 같은 공산진영의 국가들은 시장 개방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문제는 세계화로 인해 미국의 금융업은 강화된 반면 제조업은 약화됨으로써 상류층은 더욱 많은 부를 차지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포디즘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중산층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중산층의 근로소득은 70-80년대 이후로 거의 오르지 않으면서 양극화는 극심해졌다. 닉슨 대통령의 금본위제 폐지 이후, 사우디 원유의 달러 거래 등의 대안을 통해 겨우 유지되고 있던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세계적인 영향력과 가치도 점점 내려가고 있다.


한마디로 더 이상 미국이 높은 비용을 들여 세계화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생산망은 더 이상 소수의 국가(반도체는 한국과 대만)에 집중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나 남미에 생산기지를 늘리고 비축해 둔 에너지 사용량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 관련 기사들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자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들이 자주 보인다.


따라서 2020년대 이후로 도시학의 또 다른 핵심 이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탈세계화와 세계질서의 재편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기존의 유통 및 금융경쟁에서 새로운 첨단 기술경쟁으로 구도가 바뀌고 있다. 독주하던 달러의 패권이 약화되면서 다양한 화폐들 간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자본주의 도시공간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 가치 및 시스템에 영향을 받고 변할 운명을 갖고 있다.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선진국들의 탈산업화, 신자유주의, 젠트리피케이션 이슈들은 앞으로 탈세계화와 결합되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과 관계를 맺으며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의 도시학 연구는 더욱 다이나믹하고 이론화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따라서 다양한 학제 간의 공동/협력연구는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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