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by 영자

아버지 보낸지 벌써 두어 달

엄마 걱정에 매 주말마다 찾아온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이번 주는 작정을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들깨강정, 대봉시 등 이것저것 챙겨 아예 하룻밤을 자고 갈 작정을 하고

엄마집에 왔다.


문을 열면 훅 끼쳐오던 엄마아빠집에서만 나는 냄새..가

오늘따라 느껴지지 않는다.

썰렁한 한기, 무거운 공기, 그 와중에도 배란다 화분 속 식물은 꽃을 피웠다.

한 명한 남은 주인을 위로라도 하느냐. .


엄마아.

밥은 먹었어?


항상 아빠가 누워서 TV를 보던 자리에 엄마가 벽을 보고 누워있다.

한 줌도 안되는 어깨가 그제서야 움찔하고..

그러나 더 이상 돌아눕진 않는다.


왜 와, 바쁜데


엄마가 밥도 안챙겨 먹으니까 왔지


누가 안챙겨 먹는데, 걱정안해도 돼


이제 아빠 물건 정리해야지

란 말이 튀어나올뻔 하다가 성급히 목구멍안으로 집어넣는다.


아빠 잠자리, 옷장 속 아빠 옷들, 싸구려 신발들,

둘러보니 그닥 아빠만의 물건이랄게 없다.

그저 어디든 아빠의 잔상이 남아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생전에도 아빠먼저 가셔도 본인은 암시롱도 안할거라고 자신하더니

엄마는 의사가 아빠의 임종을 준비하라고 말한 순간부터

제대로 서 있지조차 못했다.

아빠의 의식은 수명을 다한 전구처럼 들었다 나갔다 반복을 했고 점점 의식을 놓는 시간이 길어졌다.

잠깐동안 돌아올 의식을 대비해 엄마는 거의 악으로

버티며 아빠의 손을 꼭잡고 시선을 아빠의 눈에서 떼지 않고 있었다.


가끔 개미만한 소리로 아빠에게 말을 건다.


지영이 아빠, 이렇게 가면 어떡해..

나한테 이제 잘해준다며...조금만 더 ..

있다 가셔


그 때 그 말을 하지말걸 그랬어.

편하게 가라고, 걱정말고 가라고

말해줄걸 그랬어


엄마는 또 소리없이

하지만 나는 들을수 있는 울음을 운다.


화장대에 놓여있는 엄마, 아빠 사진을 바라본다.

동남아 어딘가로 놀러가서, 잇몸이 드러나게

웃는 두 사람의 닮은 미소...


한참을 들여다본다.


나의 아버지,

한 때는 죽일듯이 미웠고

내가 아이를 낳고부터는 신경이 쓰이다,

그 아이가 자랄수록 당신의 키는 나만큼 줄고 병치레는 잦아졌지

차라리 예전처럼 호탕하게 웃어주기를

내 새끼들 번쩍들어가며 장난쳐주기를

술 먹고 꼬장부리는 나에게 고만좀 쳐마시라고 혼내켜주기를 ..


사진 속 당신이 웃고 있습니다.


...


...


...


김지영! 김지영!

얼렁와 밥먹어!


12시 35분


그새 잠이 들었나보다. 눈가에 눈물자국이 묻어있다.


야, 니 아빠가 오늘 너 온다고

오늘은 춤추러 안가고 저런다.

어여 나와 밥먹게.


신이 나에게 시간을 선물해주신건지

그냥 아빠 걱정에 별 희한한 꿈을 꾼건지...




아빠!!! 약은 잘 챙겨먹고는 있는거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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