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어제 술을 마셨다는 거다.
하지만 나름 변명의 여지? 는 있다.
작정을 하고 술과 안주를 잔뜩 사들고 온 건 아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차안에서 먹은 스콘만 가지고는 좀 허전해서
밥만 조금 먹어야지 했는데...
냉장고 안에 고량주가 유독 확대되어 보이는 게 아닌가.
평소엔 쳐다도 안 보던.
이미 나는 밥 먹을 요량으로 이것 저것 반찬을 차려놓고
얌전히 고량주와 소주잔을 옆에 두었다.
다행히 독주라 목 넘김이 힘들었다.
다행히 한 병의 4/3쯤 남았던 터이고 사실 다 먹지도 못했다.
*럽게 맛이 없어서...
결국 난 음주 보단 폭식으로 가닥을 기울였고
더 먹을 반찬도 없어서 그조차 그만 두었다.
결론은, 난 기억을 잃을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는 거다.
사실 이 떄문에 이걸 음주로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하긴 했으나
입에 댄 건 사실.
그래서 비밀 한 가지를 자진 납세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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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사기.
국민학교 6학년 시험을 보고 스스로 자기 시험지의 답안을 체크할 일이 있었다.
나는 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엄마 치맛바람 카드 한번 못써본 위인이었으나
그만큼 돋보이고자 공부 하나만큼은 잘하려고 노력했고 또 실력이 없지는 않았다.
답안을 체크해 나가던 중
한 문제를 틀리고 말았다.
답은 2번, 그러나 나는 1번이라고 썼다.
내 자리는 중간 분단의 가운데 방향이어서 선생님이 단상에서 훤히 내려다 보이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1번을 2로 고쳐썼다.
1위에 갈고리를 붙이고 1 밑에 가로 막대기를 붙이면 목이 긴 2자가 된다.
그런데 누가 봐도 인위적이다.
몇 교시가 끝나고 교무실에서 담당선생님이 나를 호출했다.
직감했다.
틀켰구나...
13년 짧은 인생 동안 난 대외적(?)으로는 매우 청렴/결백/성실한 아이였다.
그런데 답안을 위조하다니 그것도 선생님이 있던 현장에서...
교무실에 가까워질 수록 심장이 벌렁거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선생님 자리로 가자마자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난 선생님께서 왜 나를 불렀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내가 먼저 울고 죄송하다고, 담부터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노라고 했기에 ...
그리고 속으로는 감사하다고 외쳤다. 최소한 아이들 앞에서 지적해주지 않아서.
그래도 교무실에서는 크게 혼이 날 줄 알았는데
돌아온 목소리는... 괜찮아, 괜찮아, 담부터 그런 실수 하지 않으면 돼...
그 덕분인지... 나는 대학교 들어가기전까진 남들 다해보는 컨닝한번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내게 컨닝을 요구하던 아이들은 개묵살을 내버렸다.
이게 대수로운 비밀이겠냐마는
마치 뭐랄까 순결을 지켜오다가 그것이 깨지고 부모님께 들킨 기분이랄까?
그정도의 충격적인 경험이라
나름 자진 납세할 만한 축에 끼지 아니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