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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Jun 20. 2019

별수있나

'A13'

 

A13 라커를 열려고 하니 열리지 않는다.

다시 나가 사원증을 접수대에 체크했다. 


'A3' 

아.. 소리없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요즘 왜 이러지, 감각능력, 판단능력 모두 난조다.

18일 1타쌍피 사고가 그 반증 아니겠는가. 


거슬러올라가면 몇 주 전 정신과약 단약이 그 발단이 되는 것 같다.

그럼 다행인건가? 곧 좋아질거란 기대를 할 수 있어서? 


요즘 들어.. 아니지 새삼스럽게 원래부터 잘 풀리는 일은 아니었지만 유독 요즘

회사일이 답보상태이다.

차라리 우리 파트 내부적인 문제였음, 혹은 나 개인적인 문제였음 

개선의 여지도 있지만 

그 원인이 의사결정의 최고책임자인 CFO에 있다보니 

마치 온 사지가 밧줄에 묶인 것마냥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게 이리도 분하고 속절없다. 


그리고 회사일만 그러한가.

집안일도 마찬가지이다.


이혼하고도 난 왜 그인간의 얼굴을 계속 보고 스트레스 받고 살아야 하는지 원.

집안은 온통 목씨 남자들이 싸 질러놓은 쓰레기와 먼지,

심지어 화장실에서 목격한 이름모를 실벌레(?) 들때문에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다.


혼자살고싶다혼자살고싶다혼자살고싶다


무슨 카르마로 왜 난 저들을 피하지도 반기지도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건지. 

법륜스님 왈,  


그냥 두세요, 다 자기 업식(카르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으면서 난 여전히 오래된 습관,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계속 불만을 쌓아가고 어떻게든 여기서 벗어나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가? 지금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가?


아니잖는가... 최소한 지원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중학생 정도 되어야 

그 아비 정도는 안 보고 살수 있지 않는가. 

그 전까지는 포기하고 살자. 그냥 두자. 바꾸지 못할 거 못 바꾼다고 화만 내지말고

그냥 그 더럽고 어지러운 곳 안에서 나는 홀로 잘 살자. 

잘 먹고 잘 자고.

더러운 건 그냥 피하고 쓱 밀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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