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크리스마스보다 시월의 마지막 날을 더 좋아해요. "
" 그럼 그 날 올라갈게... "
막상 그날이 가까워지니 어떻게 외박을 해야 하나 생각이 복잡해졌다.
아니 막상 그날뿐 아니라 그를 만나는 모든 방식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보통 우리가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내가 그가 살고 있는 제주에 내려가거나 그가 뭍으로 올라오거나.
그러면 우리는 그의 집이나 모텔/펜션 같은 곳에서 보통 2박 3일을 함께 지낸다.
아들에게는,
'엄마 어떤 아저씨랑 2박 3일 동안 지내다가 올게~' 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출장', '친구와의 여행', '절' 등의 핑계를 대고
아이는 친정엄마 등에게 맡긴채 그를 만나러 갔었다.
그동안엔 별 문제의식을 못 느끼거나, 느껴져도 짐짓 모른 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불륜에 버금가는 죄를 진 것만 같아
'한 남자의 애인'이 아닌
'엄마' 입장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상쇄할 방안이 필요했다.
아이에게 거짓말은 하지 않은 최소한 '투명한 연애'라고 해야 하나...
그럼 애초에 거짓말이 필요 없도록 낮에만 보고 저녁에면 헤어지는 연애를 하면 되잖은가.
처음부터 그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우린 너무나 당연히,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밤을 공유해버렸다.
방식을 바꾸자니 슬픔부터 밀려온다.
그에게 말했다. 우리 앞으론 외박하지 말고 낮에 만나 저녁에 헤어집시다.
" 아.... 당신이 힘들다면 어쩔 수 없지. "
사실 우린 매우 늦은 시간에만 사랑을 나눴다.
그의 그런 방식이 낯설었지만 결국 그에게 맞춰주는 선택을 했다.
우리가 낮에만 만나자는 건, 우리의 연애에서 육체적 사랑을 삭제하자는 것과 같다.
그는 단지 그 행위만을 위해서 모텔을 '대실'할 위인이 못된다.
나도 남자 팔 잡고 여관에 가자고 할 수 있는 여우도 못된다.
그러니 플라토닉한 연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이토록 아쉽고 쓸쓸한 거다.
" 어떻게 하지? 이번에 일 때문에 못 올라갈 것 같아 ㅠㅠ "
" 괜찮아요, 서로 편할 때 봐야지 "
시월의 마지막 날에
온다고 하던 사람이 못 온다고 한다.
...
난 아무렇지 않아요.
아무렇지 않다고요.
근데 아무렇지 않지 않네요.
서운하고 화가 나요.
매일 규칙적으로 습관처럼 보내던 카톡을 보내지 않았다.
그의 규칙적이고 습관 같은 카톡에 답장을 쓰지 않았다.
그는 불안해했고 나는 계속 침묵했다.
기어이 간밤에는 새벽에 깨어
당신 너무 보고 싶다,
한다.
중년, 싱글맘의 연애란 참...
오늘자 사랑 끝.
내일 사랑은 내일 생각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