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늘이 박사과정 등록금 납입기한이었으나 내 예상(?) 대로, 나는 등록을 하지 않았다.
오늘이 자전거 정비반 실습과정 첫날이었으나 그 조차 내 예상대로, 나는 가지 않았다.
오늘도 나는 한발짝도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며
술 냄새 나는 공기아래에 대부분 바짝 누워있거나 지금처럼 가끔 앉아있는 생활을 했다.
가끔 피치못하게 받지 않을 수 없는 전화, 예를 들면... 업무상 지인같은... 그런 전화가 오면
육중한 공기의 더미를 뚫고 간신히 예전의 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하
호
그럼
만나요, 곧
하
호
...
그러고는 다시 눕는다.
그나마 해야할 소소한 일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버텨오는 걸까.
이놈의 지독한 무기력을 어쩐다냐.
어딘가 잘못된 걸 알면서 고쳐보려고 시도조차할 의욕도 내지 못하는 병신같은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