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그

by 영자

늦은 출근길에 고개를 들어

한동안, 아니 그 몇초가 한동안이라고 느껴질만큼 오래걸렸다.

그, 라고 인지하기까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그 동선에 있을 사람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눈길을 피하지 않고 계속 나를 바라보던 그를 보면서

그 한동안이 지나고 나서야 나도 화답하듯 웃음 지었다.

쑥스러웠다.

대충 차려입고 어제 복통에 엉망이 되어 있을 얼굴이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그는 지긋이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집에서 보던 와식인간이 아니라 멀쩡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새삼 가슴이 설렌다.


출근한지 벌써 몇십분이 지났는데도

썸타는 사이인양 자꾸 그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나를 사랑하는 구나.

나 역시 그를 사랑하고.

이 나이에 이렇게 지고지순한 양방향 사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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