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 앞에서... 시간을 다시 만나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금관특별전

by 김민정
“과거는 지나간 것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시간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금관특별전은

말 그대로 특별전답게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그 날짜보다 먼저 마음을 흔든 건..

주말 예약이 매주 매진이라는 사실이었다.


박물관과 ‘매진’?

그래서 궁금해졌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움직이게 만든 힘은 무엇일까...



한동안 간송미술관의 '미인도’와 '훈민정음 혜례본'이 프로필 사진으로 조용히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나, 다녀왔어”라고 전하는 방식.


요즘은 그 자리에 금관이 있다.

번쩍이는 금관을 쓴 듯, 각도를 잘 맞춰 찍은 사진 한 장이 또 다른 사람을 전시장으로 불러낸다.


나 역시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조바심을 내었다.
"나도 나도~금관 !^^


사실 국립경주박물관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큰 이슈가 없던 탓에 늘 조용했던 곳 같다.

경주에 오면 시간이 남으면 들러볼까 생각하다가
결국 지나치게 되는 코스.
설령 갔더라도 빠르게 훑고 나왔을 공간이었다.


그런데 금관을 보기 위해 들어선 박물관은 예상과 달랐다. 발걸음이 자꾸 느려졌다..

유리 너머의 유물만큼이나 그 앞에 선 사람들의 표정도 눈에 들어왔다.


금관은 기대만큼 화려했...

사람들은 의외로 차분했다.


걸 만들었던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살았을까...


금관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왕위를 유지하기 위한 상징...권력을 드러내는 수단...


나는 잠시..

금관을 썼던 왕들의 시간도 떠올렸다.
찬란함 뒤에 있었을 두려움과 책임,

늘 그렇듯 여러 선택들까지.

역사는 멀리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볼 때

우리의 삶과 맞닿듯도 하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
없이 펼쳐지는 과거의 세계가 지금과 전혀다른 세계가 아니라 느끼기에... 역사의 그림자들이 어떻게든 미래를 마주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믿는 이유도 있다.



금관특별전 맞은편에는
APEC 정상회담 특별전시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라의 금관을 보고 나온 직후
현대의 정상들이 마주 앉았던 공간을 만난다는 건
묘한 대비인듯도 싶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악수하고 화를 나눴던 곳.
전시관에는 그 장면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나도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정상회담 테이블 앞에서 악수를 건네보았다.


스스로 많은 의미를 담아가며...




차분하고도 들뜬 시간이 흐르고..

금관 예약 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점심을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이 되었다.
식사를 하기엔 마땅하지않아서 박물관 저편에 있는 이디아커피 향했다.


그날,
마치 나를 기다린 듯...
가장 좋은 자리가 비게 되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전경과 따뜻한 라떼 한 잔이,

그 풍경과 온도로 박물관 여행을 조용히 완성해 주었다,


다시 간다면 과연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같은 라떼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아마 그건 그날, 그순간 만이겠지..


대구에서 한 시간 남짓.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꽤 먼 시간을 건너온 느낌이다.
그 거리만큼이나
나는 지금과는 다른 시대 한가운데 서 있다.


경주는 그런 도시다.
한 시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여러 시간들이 겹쳐진다.
그래서 늘 신비운 곳이 된다.


과거와 현재를 등 뒤에 두고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신비로움을 주는 곳.

과거를 펼쳐뒀으니 나는 그 시간들을 막 거슬러올라가 헤프게 파헤쳐보는 격이다.



신라금관특별전은 화려함으로 기억되는 전시가 아니다.
금빛은 눈에 남지만 마음에 남는 것은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시간을 남기고 있는지...



'언제든 다시 들러도 좋은 곳’ 국립경주박물관.


나는 신라를 본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마주했다.

생각보다 깊고 조용히.

오래 남을 것 같다.


신라금관특별전,
특별한 하루로 기억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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