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미 스토리텔러 Aug 27. 2024

풀 향 가득한 곳


공원에 잔디를 깎고 난 후 모습은 참 보기가 좋습니다.

줄줄이 나 있는 잔디 깎는 기계가 지나간 자리가 정갈해 보이네요.

무엇보다 잔디를 깎고 나면 풋풋한 풀향기를 가득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풀향기에는 아이들 어릴 적 추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캐나다 살던 시절 뒷마당 잔디를 남편이 깎고 난 후, 스프링 쿨러를 실행시켜 잔디에 물을 줍니다.

그 당시 5살 7살이던 아이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그 사이를 뛰어다닙니다.

청명한 웃음소리와 함께 온몸에 달라붙은 잔디 조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즐거워했었죠.



다음날 아침 산책길에 보니 역시나 스프링 쿨러가 실행 중입니다.

한낮에 물을 주면 물이 빠르게 증발되며 오히려 잔디가 누렇게 메말라 죽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밤에 물을 줘야 합니다.

모습에 또 지나간 추억을 떠올려 보네요.



잔디밭을 좋아하는 또 다른 생명체는 바로 반려견 태극이입니다.

산책하다 잔디밭에 가면 바로 눕방에 돌입합니다.

깎은 잔디 위에 누우면 태극이 흰 털이 초록으로 풀 물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사소한 거 따위 신경 쓸 태극이는 아니죠.



강아지 시절,  집 근처 축구장에서 배 깔고 놀던 태극이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렇게 앙증맞은 때가 있었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그냥 웃음이 납니다.


태극이의 잔디 위 눕방은 걸으며 올라간 몸의 온도를 시원한 잔디 위에서 식히는 듯합니다.

어린 강아지 시절부터 하던 행동이라 저는 별로 이상하지 않지만 지나가던 이웃들은 웃긴가 봐요.

자꾸 돌아보며 웃고 지나갑니다.



집 근처 공원은 태극이가 귀가 전, 마지막으로 해넘이를 보는 지정석입니다.

저렇게 쭈그린 자세로 뭘 보는 건지....

저도 함께 지는 해와 켜지는 거리의 가로등을 바라봅니다.

매일 아침 6시, 우리가 함께 시작한 하루는 또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개껌은 내가 지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