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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Apr 01. 2022

태극이는 9살 진돗개이다

나는  태극이란 이름의 진돗개랑 함께 산다. 2013년 7월생이니 벌써 9살이 되었다.

처음 농장을 하시 던 외당숙님 댁에서 꼬물 거리던 강아지들을 아이들과 만나게 한 게 화근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들은 계속 강아지 이야기를 하였고 데려오고 싶어 안달을 했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며 해야 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의무들과 귀찮음에 대해 떠들어 댔다.


태어난 지 20여 일 흙바닥에 뒹굴어도 태생적 귀여움 장착

역시나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법칙에 의해 아이들의 새털처럼 가벼운 강아지 키우며 해야 할 의무 이행 계약서에 장난 같은 서명을 받고 우리 집에 하얀 진돗개가 이사를 했다. 주먹만 한 꼬물이가 왔을 뿐인데 해야 할 일도 준비물도 참 많았다.

사료와 간식, 개껌, 장난감, 전용 침대, 목욕용품과 개 전용 칫솔, 치약, 털 빗는 브러시, 목줄과 가슴 줄(나중에 커서 구입) 등등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시에 매년 등록비를 지불하고 등록해야 한다. 시에는 광견병 예방 접종 결과를 통보하고 5년 유효기간이 만료되지 않게 재 접종을 한 후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리하여 동물병원에 환자견 등록을 하고 1년에 2회 정기 검진 및 여러 가지 예방접종도 해야 한다.  


이렇게 촉촉~한 눈빛으로 사람을 홀려 단숨에 한자리 차지한 입주견 태극

이렇게 우리 가족은 태극 왕자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고 가족 구성원 네 명 모두는 스스로 집사들이 되어 버렸다. 밥 먹이고, 간식 주고,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 양치시키고, 털 빗어주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타고난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이 장착된 태극이를 보며 나는 언제 분양받기를 반대했는지 조차 잊어버렸고, 아이들은 태극이의 응가도 아무렇지 않게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축구장 열심히 뛰면 열 식히느라 잔디밭에 배 깔고 휴식 취하기

처음 1년 동안 폭풍성장을 한 태극이는 어엿한 성견의 모습을 하게 되었고 가족의 일원이 되어 크나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언제나 최우선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9년의 시간 동안 태극이는 한 살 어린아이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태극이와 함께 하며 즐거움도 크지만 역시 불편함도 함께 온다. 태극이는 동물 전용 호텔에 머물 수 없다. 호텔 예약 전 가졌던 인터뷰에서 주인에게만 충성하는 진돗개의 특징이 노출되어 탈락하였고  맡길 곳이 없으니 가족여행도 꼭 함께해야 한다. 


사람들이 머무는 호텔이지만 털북숭이 친구를 받아주는 호텔을 찾아야 하고 태극이 숙박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또한 고기 없이는 개 전용 사료를 먹기 싫어하는 입 짧은 태극이라 우리 집 엥겔지수를 높이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1년 만에 늠름한 성견의 자태

슬픈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고 아이들이 공부를 위해 집을 떠난 지금, 난 태극이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가족으로 남아있고 의무들에 대한 거부권도 없이 혼자 이행하고 있다.

새털 같던 아이들의 의무 이행 계약서는 역시 무용지물이 되어 내 짜증의 무게가 더해져 재활용 박스에 던져진 지 오래전이다. 


그래도 갱년기를 맞아 텅 빈 나의 마음을 타고난 애교로 조용히 위로해 주는 유일한 존재 태극이랑 함께여서 오늘 하루가 또 이렇게 조금은 특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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