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준비하는 동생에게
부산 해운대, 벡스코 주변을 가면 꼭 영화의 전당을 간다. 영화 말고, 거기서 읽는 책들이 좋아서. 뻥 뚫린 건물들의 건축 설계는 어찌나 좋은지 모른다. 아는 LP는 중경삼림 정도지만 LP판매업자처럼 LP를 눈에 뚫어지게 보면서도 들으며 콧노래를 흐느낀다.
우리는 어떤 직업도 무엇의 전공도 해당되지 않았지만 느낌과 즐기는 것에 누구도 건드릴 수 없지 않으랴.
그렇게 생각하면서 기쁠 수 있었다. 20대의 감수성은 미숙하고 떨림, 떫은맛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4월에게 왔다. 젊음이 5년 훅 지나가 요즘 때처럼 술을 막 들이켜거나, 제 몸을 늦은 시간 동안 붙잡아 둘 수 없다. 한계 없는 젊음이랴. 쭉쭉 들어간다랴. 그런 소리잡이도 힘들다. 힘들어도 나의 감수성은 아직 미숙하다. 청춘을 잘 느끼지 못한 바보. 20대를 그대로 흘러가게 냅 둘 스물다섯의 외침이 들릴까. 꿈을 키우고 일상을 헤엄쳐도 가야 할 길은 넓고 방대하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하나씩 이루다가 가면 되니까. 내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깨끗하게 정돈될 뿐이다. 아, 수증기나 울거진 나뭇가지, 나무 잔해로 그 길이 안 보일 수는 없어도 우리의 눈을 씻고 정돈된 옷을 입고 한 발 나아가면 보인다.
낯빛에 문이 열린다.
내면의 표정이 보여야 당신이 그토록 가고 싶은 길에 갈 수 있다.
4월의 길을 만들어보자. 고통이 너를 덮치러 올 때 온전히 다 맞지 말고 헤엄칠 수 있는 능력으로 방향을 바꾸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걸 마음대로 하려고 할 때 내 마음의 브레이크가 아닌 역주행이 된다. 그 노통이 내가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 덮칠 수 있다. 그렇게 4월은 길을 개척하는 계절이 된다.
2024. 04. 03.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