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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더위가 하나의 꿈을 만든다.

by 선혜

이불에 얼굴을 파묻다가 꺼진 선풍기를 향해 어둠 사이 힘껏 돌린다. 팽팽 소리를 돌며, 휴식 없이 일하는 선풍기 아래 누운다. 선잠을 자다가 깬다. 알림을 맞춘 휴대전화를 버려두고 기계의 알림 대신 더움에 못 이긴 인간이 기상한다. 맹세코 이건 더위에 못 이긴 인간의 작은 부르짖음이라 하자… 일찍 일어나야지 매주 매일 다짐하면서 부재중 알림은 나의 일상일 정도이기에 오전 8시에 일어난 나는 귀하고 이 시간은 값진 나의 꿈이다. 배게 안에 가두는 꿈은 깨기 전에 스르륵 소멸하는 부분이지만 일어난 이 천장 아래 꿈은 전부 나의 것이다. 심심찮게 냉장고를 열다가 안방에 들어간다. 더위를 참지 못한 엄마는 에어컨을 틀고 자고 있다. 나를 올려다보면서 이불에 얼굴을 파묻다가 쉭쉭 머리카락을 넘기곤 미역국을 만들어주겠노라 말한다.


오늘 밥 먹고 언제 가니. 학교 가니.

학교 아니고 서점을 가서 책을 사고 교보문고를 갈 거긴 한데 일단 가서 일할 거니까. 그러다가 잠시 나의 속마음을 숨기고는,

맞아. 미역국 맛있겠다.


7월 3일, 나의 생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처음엔 생일이라면 들뜨고 실망했었다. 생일인데 매년 생일일 건데 나에게만 특별하고 남들에게는 그저 그런 하루임에도 특별하게 대해줬으면 하는 그런 꿈을 또 가진다. 그러다 실망했다. 머리로는, 이론적으로는 다 아는 이야기지만 감정적으로는 아직 어린이가 된다. 평소 일상에 감정적인 세포가 긴급 투입이 된 느낌이다. 그러다가 생일은 선물을 받아야 하는 날이 아니라 나를 있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다정을 줘야 하는 날이라고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생일은 그런 날이라고. 나를 기쁘게 하는 사람들에게, 같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들에게 다정과 작은 소소함을 주는 날. 책방 ‘그럼에도’를 방문하여 성심당의 맛을 교환했다. 누가 봐도 성.심.당이라고 적힌 종이 가방을 주렁주렁 팔에 달고는, 팥이 좋아요? 고구마가 좋아요? 라고 물어본다. “팥이요! 저는 팥이 더 좋더라고요.”라고 웃어주는 수빈 님의 미소. 잘 가져오길 잘했다는 마음속에 뿌듯해지는 손이다. 그러다 졍님도 오신다는 말에 이따금 ‘고구마를 좋아하실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고구마를 엄청나게 좋아하신다는 답장을 받고는 고심하게 물어봤던 나의 결정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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