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먹는 당신과 짜게 먹는 나의 대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자신의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초대한 사람 중 친구는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대학생이라서 본가에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은 자취방은 대학로와 가까이 있었고 친구가 좋아하는 버블티 지점이 3분 거리에 있었다. 친구는 자취를 해서 좋다며 주야장천 장점을 들여놓았지만 한 가지 시원 섭섭한 점은 있었다. 김치를 먹기 애매해졌다는 것, 마트에 맛이 보장된 대기업 김치들이 깔려있었지만 사서 먹는 것도 질려 있었다. 그래서 날 초대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어서 집을 빠져나갈까?'도 생각을 했다. 갑자기 친구가 '김장을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빠른 생각을 여러 번 회전하고 나서야 친구가 입을 열었다.
"내가 김치를 만들어봤는데 맛이 어떤가 해서, 네가 평가 좀 해주라."
"넌 어때? 너에게는 입맛에 맞아?"
친구가 먹을 김치이기에 친구의 입맛이 가장 중요했다. 나는 그저 친구의 대답에 확신을 넣어줄 평가니까, 나도 김치 전문가는 아니니까. 다행인가, 친구는 맛있다고 했다. 귀찮아도 맛있고 돈도 절약되고 뿌듯하다며. 손 맛이라고 자부했지만 나를 생각해 비닐장갑을 끼고 김치를 찢어서 내 입에 넣어주었다. 굵은 고춧가루는 김치의 색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삭아삭한 김장 김치는 식감이 좋았다. 하지만 짜게 먹는 나에게는 담담한 김치였다. 난 친구가 싱겁게 먹는 사람인지 짜게 먹는 사람인지 몰랐기에 싱겁다고 말해줄까? 생각하며 고개를 올리니 그는 나를 보면서
"맛있어? 내가 처음으로 만든 김치인데 어때?"
수줍게 웃으면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에게 싱겁다.라고 단호하게 말하기 미안했다. 내가 말을 안 하고 있으니 친구는 밥 같이 먹자며 식탁에 반찬들을 꺼냈다. 냉장고에 꺼낸 반찬은 미리 자신이 요리해 둔 콩나물 무침, 시장에서 사 온 3개에 만 원짜리 젓갈이었다. 낙지젓, 오징어젓, 창난젓이었다. 담담한 김치 외엔 짜고 넘치는 반찬들. 난 웃으면서 맛있다고 박수를 쳐 줬다.
"맛있다. 너 요리에 소질 있는 거 아니냐? 재능 찾았네."
"그 정도는 아닌데,, 칭찬받으니까 좋다. 너 낙지 젓갈 좋아한다며? 나 흰밥도 했다."
그가 만들고 삼삼하게 먹는 친구는 나를 위해 삼삼함을 능가하는, 짠맛의 대명사인 젓갈이 있었다. 고마웠다. 싱거운 김치에서 담담한 김치, 난 담담했고 그는 즐거워했다. 우리는 김치를 정 가운데에 두고 맛있게 밥을 먹었다. 김치 하나에 즐거워하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웃음을 채워갔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쌀밥의 냄새가 자취방의 한적함을 쓱 지나가 우리의 식사의 따뜻함에 안착했다.
P.S 담담하다(형용사):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 [출처: 우리말샘]
2022. 01. 27. 목, 이 날을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