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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 May 15. 2023

다시 돌아온, 따스한 편의점 이야기  

[책 리뷰 2]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2

 얼마 전,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2가 눈에 들어왔다. 1편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한 치의 고민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김호연 작가가 어떤 스토리로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되기도 했다. 불편한 편의점 2는 독고가 편의점을 떠나고 1년 정도 지난 여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챕터 1에서는 염 여사 대신 점장을 맡아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선숙 여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고씨의 후임으로 들어와 편의점의 밤을 책임지던 곽 씨가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오선숙 여사는 새로운 야간 알바를 뽑아야만 했다. 그런데 야간 알바에 지원한 금보(본명은 황근배)는 사람은 좋지만 오지랖도 넓고 세상일에 어수룩한 사람이었다. 오선숙 여사는 오랜 고민 끝에 금보를 새로운 야간 알바로 뽑는다. 챕터 1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금보의 전임자 곽 씨가 자신의 딸과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전직 경찰 출신인 곽 씨는 가족과 연을 모두 끊고 야간 알바에만 전념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편의점 계산대에서 딸과 마주치지만 애써 모른 척한다. 하지만 오 여사의 끈질긴 설득 끝에 곽 씨는 점차 마음을 열게 되었고, 둘은 편의점에서 다시 만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챕터 2에서는 계속된 취업 실패로 좌절에 빠진 소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는 생활비도 떨어져 가자 청파동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기로 결심한다. 지쳐버린 소진에게 유일한 낙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자갈치 과자와 소주를 먹는 것이다. 아버지는 회를 먹지 못하는 소진에게 자갈치 과자를 주며 항상 가물치라고 부르곤 했다. 그때부터 자갈치와 소주는 그녀의 소울스낵이 되었다. 오지랖 많은 금보씨는 소진의 사연을 듣고 이제부터 자갈치 대신 가물치로 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 이에 용기를 얻은 소진이 면접시험을 합격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챕터 3에서는 '청파동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최 사장 이야기가 나온다. 최 사장은 자신만의 신념에 사로잡힌 꼰대 오브 꼰대로 대변되는 인물이다. 코로나로 인해 청파동 정육식당은 장사가 망해가지만, 꼰대 기질이 다분한 최 사장은 배달을 도입해 보자는 아내의 애정 어린 조언조차 귀담아들을 생각이 없다. 그는 장사를 마치고 여느 날처럼 편의점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참견쟁이 알바 금보로부터 상꼰대라는 말을 듣게 된다. 금보는 깃집 사장에게 시장조사도 하고 남의 말도 들으라는 진심 어린 직언을 건넨다. 이를 계기로 최 사장은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 아내의 손을 이끌고 장사가 잘 되는 식당에 방문해서 장조사를 하고, 사이가 틀어졌던 아들의 조언을 받아 젊은 층을 고려한 메뉴를 새롭게 도입하는 등 꼰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는 자신을 변화시킨 금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챕터 4에서는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힘들어하는 고등학생 민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엄마랑 아빠는 거의 맨날 부부 싸움을 하기 일쑤였고, 공부를 잘하는 형은 자기 방에 틀어박혀 민규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에게 유일한 도피처는 시원하고 쾌적한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민규를 지켜보고 있던 금보는 아이에게 돈가스 샌드위치를 슬쩍 건네주고, 자신이 아끼는 책도 선물해 준다. 그리고 민규에게 지금부터 편의점 대신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한다. 도서관은 천국 그 자체였다. 민규는 쾌적한 환경에서 마음껏 책을 읽었고, 출출해지면 식당으로 가서 제일 좋아하는 돈가스를 먹을 수도 있었다. 어느덧 민규는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건강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갈 줄 아는 학생으로 무럭무럭 성장해 있었다.


 챕터 5에서는 금보의 과거와 함께 그가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금보는 놀랍게도 연극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대학시절 밥이나 얻어먹으러 우연히 들어간 연극 동아리에서 장발 선배를 만나 연극배우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연극배우로서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고, 생활고에 시달린 금보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 후배였던 인경으로부터 연극 출연 제의를 받게 된다. 1편에서도 등장했던 작가 인경은 독고의 삶에 영감을 받아 불편한 편의점을 소재로 한 연극 대본을 집필했다. 결국 독고 역으로 캐스팅된 금보는 독고라는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편의점 야간 알바로 위장 취업한 것이었다. 챕터 5는 여러 반전이 많아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챕터 6과 챕터 7에서는 염 여사와 염 여사의 아들 민식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민식은 편의점의 사장이 되었지만, 편의점 운영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실의에 빠져 술만 마시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염 여사는 건강이 좋지 않아 지방의 언니 집에 내려가 살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금보와 술자리를 갖게 된 민식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금보와 민식은 알고 보니 같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는데, 이를 계기로 민식은 금보와 점차 가까워진다. 금보는 민식에게 편의점 이윤을 내려면 알바를 직접 뛰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민식은 야간 알바를 경험하며 철없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지방에 내려가 있는 염 여사를 모시러 간다. 사실 염 여사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였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민식이 지금부터라도 염 여사의 속을 썩이지 않고 편의점도 착실하게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엄마의 속을 썩이기만 했던 말썽꾼 민식의 개과천선된 모습을 보며 염 여사의 마음처럼 덩달아 흐뭇해졌다.


 마지막 챕터는 인경이 자신의 연극에 염 여사와 오선숙 점장, 민식을 초대하는 것으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제일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연극이 모두 끝나고 독고가 깜짝 방문해서 염 여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이었다. 독고는 염 여사와 오랜만에 소회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반가운 인물도 등장했다. 바로 1편에서 다른 편의점으로 스카우트되어 떠났던 아르바이트생 시현이었다. 시현은 코로나의 여파로 다니던 편의점에서도 잘리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마음이 울적해진 시현은 문득 염 여사가 생각나 청파동 편의점을 오랜만에 들렀는데, 우연히 옛 친구 준성을 만난다. 사실 시현은 준성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용기를 내서 준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이내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시현이 다시 찾은 편의점에서 남자친구도 만들고, 염 여사와 감동적인 재회를 하는 것으로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지랖 많은 편의점 알바 금보의 영향으로 변화해 가는 사람들을 보며,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도 이런 편의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우리들 모두 가정환경, 취업, 직장생활, 대인관계 등 말 못 할 사연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청파동의 불편한 편의점처럼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면 세상살이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는 나에게도 위로의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최근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었는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향한 금보의 진심 어린 조언과 위로를 통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금보의 어머니가 금보에게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남들과 계속 비교하고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나에게 중요하고도 필요한 문장이었다. 이제부터 이 문장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읽기 시작한 불편한 편의점 2편. 역시나 김호연 작가는 실망시키지 않고 우리에게 따스하고 낭만적인 사람 사는 이야기를 선사했다. 책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까. 늦은 밤 산책을 할 때면,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근처 편의점에 괜스레 눈길이 가곤 한다. 독고와 금보 같은 인물이 실제로도 존재하지 않을까 상상하며. 인생에 잠시 쉼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따뜻한 이야기에 금세 힐링이 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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