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성실한 비

쉬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by MingDu
tempImageMB2wbd.heic

심장은 불규칙하게 요동쳤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려왔다. 시야가 좁아지며 주변의 소음이 웅웅거리는 이명처럼 들려왔다. 지금 당장 가방 속의 노트북을 꺼내지 않으면, 저 거대한 흙탕물 같은 비가 카페의 유리문을 부수고 들어와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맞은편 의자에 앉은 '죄책감'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속삭였다. 환청처럼, 그러나 그 어떤 소리보다 선명하게 고막을 파고들었다.


'빨리 움직여. 뭐라도 하란 말이야. 남들 다 뛰어가는데 너만 휩쓸려갈 거야?'


나는 쫓기듯 가방 지퍼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그것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에게 던져진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이걸 열고, 화면을 켜고, 엑셀 창이라도 띄워야만 내가 이 세상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달그락."


작지만 청명한 소리가 날 선 신경을 건드렸다. 빗소리와 소음 사이를 뚫고 들어온 맑은 파열음이었다. 시선을 돌리자, 창가 자리의 노신사가 찻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는 막 책의 한 챕터를 끝낸 듯, 잠시 숨을 고르며 안경을 고쳐 썼다. 하얀 찻잔 받침 위에는 붉은 홍차 한 방울이 튀어 있었다. 옥에 티처럼 맺힌 그 붉은 점을 닦아내기 위해 그는 테이블 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의 테이블에는 냅킨이 비어 있었다.


그 아주 사소한 결핍이, 팽팽하게 당겨져 끊어지기 직전이었던 내 신경줄을 건드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테이블 구석에 놓인 냅킨 몇 장을 집어 들었다. 머리로는 '지금 남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 코가 석 자인데.'라고 생각했지만, 몸은 이미 반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이 숨 막히는 죄책감의 감옥에서, 아주 잠시라도 탈출하고 싶은 본능이었을지도 모른다. 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나의 무력감을 잠시 잊고 싶었는지도.


나는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갔다.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카페 안의 소음이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 여기요. 냅킨 찾으시는 것 같아서요."


불쑥 내밀어진 하얀 냅킨을 보고 노신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가까이서 마주한 그의 얼굴은 멀리서 훔쳐볼 때보다 훨씬 더 깊이감이 있었다. 세월이 조각한 주름은 깊게 패여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조급함이나 불안 대신 오랜 시간 발효된 온화함이 고여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그리고 내 손에 들린 냅킨을 보고는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경계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해한 미소였다.


"아, 이런. 고맙습니다, 젊은이. 마침 찾고 있었는데."


그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냅킨을 받아 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의 손끝이 내 손등에 스치듯 닿았다.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건조한 감촉이었다. 나를 옥죄고 있던 축축하고 끈적한 죄책감의 손길과는 정반대의 온도.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안개가 아주 조금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받은 냅킨으로 찻잔 받침에 묻은 얼룩을 꼼꼼하게 닦아냈다. 슥, 슥. 아주 느리고, 정성스러운 손길이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듯, 그는 그 작은 얼룩을 지우는 데 온 마음을 쏟았다. 얼룩이 지워지고 받침이 다시 깨끗해지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등을 기대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나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밖은 재난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스팔트를 때리는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서, 이제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포효하는 저 거대한 에너지를 보며 나는 다시금 가슴이 답답해져 오려던 찰나였다.


"비가 참 성실하게도 내리는군요."


노신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나직한 혼잣말이었다. 빗소리에 묻힐 만큼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문장은 내 귀에 벼락처럼 꽂혔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무섭게, 지독하게, 혹은 억수같이 쏟아진다고 표현할 줄 알았다. 아니면 지겹게 내린다고 하거나. 그런데 성실하다니. 이 파괴적이고 무자비한 물살을 보고 성실하다니.


나는 멍하니 서서 되물었다.


"성실... 하다고요?"


나의 반문에 노신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치 철없는 손자의 투정을 받아주듯, 혹은 오랜 친구의 등을 다독이듯, 유리창 너머의 거센 빗줄기를 부드러운 눈길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저 하늘 위에서부터 땅바닥까지, 먼 길을 오면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내려오고 있지 않아요. 누가 보든 말든, 칭찬을 하든 욕을 하든 상관없이, 그저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처럼 말이오."

이전 04화제 3장: 타인의 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