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타인의 밀도

쉬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by MingDu

나는 홀린 듯 그 노신사를 관찰했다. 그는 그저 책을 읽고 차를 마시는 것뿐이었지만, 그 행위에는 기묘한 '밀도'가 있었다.


그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들리는 사각거리는 소리, 찻잔을 들어 입술에 가져다 대는 간결한 동작, 그리고 가끔 고개를 들어 빗줄기를 응시하는 깊은 눈빛. 그 모든 순간이 꽉 차 있었다. 그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지금'을 살고 있는 모습.


반면, 고개를 돌려 바라본 카페 안의 풍경은 숨이 턱 막힐 듯 분주했다. 아까 내가 '투명한 유리막 속의 완벽한 고립'이라며 감탄했던 그 풍경이, 노신사의 밀도 있는 시간과 비교되자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우리는 이 넓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각자의 레일 위에서 경주마처럼 눈가리개를 하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내 옆 테이블의 대학생을 보았다. 형광펜으로 전공 서적을 난도질하듯 긋고 있었지만, 충혈된 눈은 허공을 배회하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에 붙잡혔다. 다리를 덜덜 떠는 진동이 바닥을 타고 내 의자까지 전해졌다. 그는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활자를 억지로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건너편의 셔츠 차림 남자는 또 어떤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노트북 자판이 부서져라 두드리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빈도가 1분 간격으로 잦아졌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마주 앉은 연인들조차 서로의 눈동자가 아닌, 각자의 손바닥 위 작은 세상 속 스크롤을 내리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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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보지 않았다. 모두가 무언가에 쫓기듯, 혹은 무언가를 놓칠까 두려워하며 각자의 세계 속에서 맹목적인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다. 효율을 쫓느라 정작 알맹이는 놓치고 있는, 속도만 있고 방향은 없는 껍데기 같은 시간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휴식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지만, 내 손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얼음이 녹아 밍밍해진 아메리카노처럼, 나의 휴식도 일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희석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맞은편 빈 의자에 앉아 있던 불청객, '죄책감'이 기다렸다는 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녀석은 내 어깨에 차가운 턱을 괴고, 귓가에 끈적하고 축축한 숨을 불어넣으며 비아냥거렸다.


'부러워? 저 노인의 여유가?'


녀석의 목소리는 빗소리를 뚫고 고막 안쪽까지 선명하게 파고들었다.


‘착각하지 마. 저 노인은 완주자고, 넌 낙오자야. 신발 끈 묶을 시간에 남들은 벌써 반환점을 돌았는데. 너만 멈춰 있어. 이 카페에서 너만 잉여라고.’


목울대가 뻐근해졌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녀석의 말은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다. 세상에 없던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없었다. 확신은 희미하고 불안은 선명한 시기.


녀석은 차가운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저 빗줄기를 봐. 네 눈엔 저게 운치 있는 풍경으로 보여? 정신 차려. 저건 재난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창밖의 풍경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시원하게 내리던 빗줄기는 거대한 흙탕물이 되어 도시를 집어삼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카페 안의 사람들이 왜 저렇게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줄 알아? 억지로라도 발버둥 치지 않으면, 여유를 즐기기는커녕 저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 버리니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야. 너처럼 멍청하게 앉아 있다가는 말이야.'


죄책감의 속삭임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카페 안의 타자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를 젓는 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나만 멈춰 있었다. 나만 이 위태로운 배 위에서 노를 놓아버린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노트북을 꺼내야 할 것 같은,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서 내가 떠내려가지 않고 있음을 증명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는 쫓기듯 빨대를 입에 물었다. 차가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갔지만, 타는듯한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노신사의 단단한 평온함이 동경의 대상을 넘어,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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