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팔린 시간들

그 날, 제 6장

by MingDu


제6장: 헐값에 팔린 시간들

"1,000입니다. 그 이상은 안 돼요."

중고 명품 매입 업자의 말투는 단호했다. 차가운 유리 진열장 너머로 건조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왔고, 가게 안에는 오래된 가죽 냄새와 금속 특유의 비릿한 향이 섞여 있었다. 그는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내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요리조리 돌려보며 흠집을 찾고 있었다. 눈에 루페(확대경)를 끼고 시계의 태엽을 감아보기도 하고, 베젤을 돌려보기도 하는 그의 손길은 마치 도축업자가 고기의 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섬뜩했다.

그 눈빛은 시계의 가치를 감정한다기보다, 시계를 팔러 온 내 궁박한 처지를 감정하는 것 같았다.

"사장님, 저거 산 지 1년도 안 된 겁니다. 박스랑 보증서, 심지어 영수증까지 다 있고요…"

내 목소리는 비굴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시계가 어떤 시계인가. 민석의 정보로 첫 수익을 냈을 때, '이제 나도 이 정도는 찰 자격이 있다'며 스스로에게 수여한 훈장이었다. 내 손목 위에서 묵직하게 빛나던 그 무게감은 곧 내 자존심의 무게였다.

"손님, 지금 경기가 안 좋아서 매물이 쏟아져요. 강남에 집 팔고 차 파는 사람이 한둘인 줄 아세요? 현금으로 바로 꽂아드리는 건데, 싫으시면 다른 데 가보시든가. 어차피 시세는 다 거기서 거깁니다."

업자는 시계를 탁, 하고 유리 진열장 위에 내려놓았다. 그 둔탁한 소리가 내 심장을 때렸다. 그는 이미 내 눈빛에서 절박함을 읽은 게 분명했다. '다른 곳에 갈 차비도 아까운 놈'이라는 걸 간파당한 기분이었다.

"...주세요. 현금으로."

거래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내 손목을 빛내주던, 성공의 트로피라 믿었던 시계가 업자의 육중한 금고 속으로 사라졌다. 텅 빈 녹색 박스와 보증서가 내 손을 떠날 때, 마치 내 신체의 일부가 잘려 나가는 듯한 상실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가게를 나와 곧바로 충무로의 카메라 샵으로 향했다. 가방 속에는 붉은색 로고가 선명한 '라이카 Q2'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어디 봅시다... 컷 수가 500장도 안 되네요? 거의 새 건데."

카메라 샵 주인이 뷰파인더를 확인하며 혀를 찼다.

"네... 바빠서 쓸 일이 별로 없어서요."

거짓말이었다. 바빠서가 아니라, 애초에 사진을 찍으려고 산 게 아니었다. 테이블 위에 무심하게 올려두었을 때 뿜어져 나오는 그 '감성'과 '재력'을 과시하고 싶어서 샀을 뿐이었다. 1,000만 원을 24개월 할부로 산 그 카메라는 내 허세의 정점이었다.

"450 쳐드릴게요. 렌즈 후드에 미세한 찍힘이 있네."

반값. 내 허세의 감가상각은 참혹했다. 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은 신발이었다. 중고 거래 앱을 통해 만난 20대 대학생에게 한정판 나이키 스니커즈 다섯 켤레를 넘겼다. 웃돈을 주고 수백만 원에 모셔왔던 '조던'들이었다.

"아저씨, 근데 이거 진짜 정품 맞죠? 박스가 좀 찌그러졌는데 만 원만 깎아주세요."

아들뻘 되는 녀석이 내 신발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훑어보며 흥정을 시도했다. 예전 같으면 "안 팔아, 인마" 하고 돌아섰겠지만, 나는 비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정품 맞습니다. 만 원... 그래요, 깎아 드릴게요."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 앞, 나는 마치 장물아비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팔아치웠다. 골프채, 태블릿 PC, 심지어 안 입는 명품 패딩까지. 내가 '김선우'라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사들였던 모든 소품들이 헐값에 해체되어 나갔다.

합쳐서 2,000만 원이 넘는 큰돈이었다. 내 30대의 화려했던 소비가 현금으로 환산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돈은 내 손을 거치지도 못한 채, 10분 뒤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출금 문자로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출금: OO카드 대금 상환] [출금: XX캐피탈 이자 납입]

잔액: 12,500원.

내 인생을 갈아 넣고, 내 취향을 팔아치운 대가는 고작 만 원짜리 한 장과 동전 몇 개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매를 걷어보았다. 시계가 있던 자리에 하얗게 남은 자국, '탠 라인(Tan line)'이 선명했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시계에 가려져 있던 하얀 피부의 경계.

그 하얀 띠가 마치 죄수들이 차는 수갑 자국처럼 보였다.

나는 빈 손목이 부끄러워 다른 손으로 감싸 쥐고, 도망치듯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손목이 허전한 만큼, 내 인생도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집에는 이제 내가 팔지 못한, 혹은 팔 가치조차 없는 싸구려 가구들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나는 껍데기만 남은 채 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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