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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당신이 자주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요즘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by 커리어포유
요즘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코칭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일이 너무 버겁고, 무기력하고, 그냥 지친다는 이야기들.
“딱히 누가 나한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계속 속이 답답하고 일이 손에 안 잡혀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런 시기를 지나왔거나, 지금도 어딘가 그 마음을 안고 살고 있으니까.
눈에 띄는 문제는 없는데,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
다들 괜찮아 보이는데, 나만 유난스러운 것 같고, 나만 못 견디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그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바로 ‘혼란’이다.


살다 보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마음 깊은 곳을 천천히 잠식할 때가 있다.
평온한 일상...

누가 봐도 별일 없는 날들인데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버겁고, 점점 사람들과 말 섞는 게 피곤해진다.
일을 한다기보단 버티는 것에 가까워지고, 주말조차도 안정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일주일 치의 피로가 눅진하게 내려앉는 날처럼 느껴진다.

회복은커녕, 오히려 더 깊은 무력감이 스며들기도 한다.
그렇게 점점, 마음의 여백이 사라져 간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내가 너무 민감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의 문은 천천히 닫히기 시작한다.




그럴 때 나는 가장 먼저 이 질문을 건넨다.


요즘 자주 드는 감정은 어떤 거예요?


처음엔 다들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그냥요… 모르겠어요. 좀… 답답하고, 막막한 기분?”
그 말 안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
그러면 나는 다시 묻는다.
“그 답답함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최근에 울컥하거나, 숨이 턱 막힌 적은요?”
조금씩 감정의 실마리를 잡다 보면, 불현듯 어떤 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마음의 문이 아주 조금 열린다.

“지난주에 갑자기 일이 몰려서 정신이 없었어요. 근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라고요. 당연하다는 듯이 저한테 다 넘겨서… 그날 집에 가는 길에, 저 혼자 너무 서럽더라고요.”

그 감정이 바로 핵심이다.
‘서러움’, ‘억울함’, ‘외로움’…
그건 그냥 스쳐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금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감정의 얼굴이다.
그 감정을 꺼내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그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이름 붙이는 데 익숙하지 않다.
‘기분이 안 좋아’라는 말 뒤엔 사실 ‘무시당한 것 같다’, ‘인정받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같은 구체적인 감정들이 숨겨져 있다.
그걸 꺼내어 말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자기 마음을 조금 더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은 정리가 되어야 돌볼 수 있고, 돌보아야 비로소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나도 그랬다.
한참 일에 몰입하고 있을 때,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던 때가 있었다.
바쁘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이 사라지고, 대화가 줄어들고, 집에 들어오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힘든 건 알겠는데, 뭐가 그렇게 힘든지는 몰랐다.

나는 이처럼 부정적인 감정이 불쑥 올라올 때마다, 아주 작은 숨을 들이쉬듯 마음속에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온 걸까?’

‘이 감정이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그렇게 마음 안에 부드럽게 말을 걸다 보면, 감정의 결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건 마치, 비 오는 날 김이 서린 유리창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닦아내는 일처럼 느껴진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건, 나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첫 연결이다.

어떤 날은 불안이, 또 어떤 날은 외로움이 가만히 나를 찾아왔다.

감정의 이름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 감정이 더 이상 두렵거나 모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 네가 있었구나” 하고 내 마음 한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은 무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무시당할수록 소리 없이 커진다.
내면 어딘가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예고 없이 터져 나오고야 만다.
그래서 멈추어서, 묻고,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요즘 내 마음을 가장 많이 채우고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나를 회복시키는 시작점이 숨어 있다.
슬픔일 수도 있고, 초조함일 수도 있다.
짜증, 무기력, 외로움, 억울함… 그 어떤 감정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솔직하게 마주하고, 그 감정을 인정하는 일이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건, 그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첫걸음이다.


핸드폰 메모장에, 종이에,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한 줄만 적어보면 된다.
“요즘 나는 __________을 가장 많이 느낀다.”

아주 단순한 이 문장이 생각보다 마음을 정리해 준다.
그리고 그 문장을 하루 종일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내가 내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마음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내가 나를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게 되면, 조금은 다르게 대하게 된다.
스스로를 함부로 몰아세우지 않게 되고, 그 감정이 들 때, 잠깐 멈추어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를 돌보는 일’의 첫걸음이 된다.


요즘 당신이 자주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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