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건 몸보다 마음이었다
하루를 버텨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몸보다 마음이 더 무겁게 가라앉을 때가 있다.
별일 없었던 하루였는데도 왠지 모르게 서럽고,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멍하니 앉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저녁.
대체 뭐가 이렇게 힘든 거지?
혼잣말을 해보지만 딱히 뾰족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다.
지친다는 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그건 내가 감당하지 못한 무언가가 지금도 조용히 내 어깨 위에 올라타 있다는 신호다.
어쩌면 그건 점점 늘어나는 업무량 때문일지도 모른다.
끝내기도 전에 도착하는 다음 일, 아무리 해도 줄지 않는 할 일 목록, 혹은 반복되는 루틴 때문일 수도 있다.
눈을 떠서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다음 날도 또다시 똑같은 하루.
오늘과 어제가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 삶의 흐름.
어쩌면 사람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임은 넘기고 공은 챙기는 동료, 감정 없는 피드백만 던지는 상사, “고생했다” 한마디 없이 지나가는 조직 분위기.
이 모든 것들이 조금씩, 조용히, 마음을 갉아먹는다.
더 어려운 건 정확히 왜 힘든지 모르겠어서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건 등에 돌을 메고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처음엔 괜찮아 보여도 곧 숨이 가빠지고, 다리는 풀리고, 결국엔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질문이 있다.
나는 요즘, 무엇 때문에 지치는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요즘 가장 버겁게 느껴졌던 순간을 천천히 떠올려보자.
일이 끝났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저녁, 혼자 남겨진 것처럼 느껴졌던 회의 시간, 기대했던 말이 돌아오지 않았던 그날.
꼭 멋진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이렇게 시작하면 된다.
“요즘은 나만 혼자 애쓰고 있는 기분이야.”
“작은 말에도 마음이 툭 무너져.”
“아무도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는 것 같아.”
당신의 언어로, 당신의 속도대로.
그렇게 꺼내 본 말 한 줄이 지금의 지침을 가장 솔직하게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지침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기대했던 말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억울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날들, “나만 참으면 되지” 하고 눌러왔던 순간들…
그 조용한 쌓임이 어느 날 ‘무너짐’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니 이제는 그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그저 이렇게 말해줘야 한다.
나는 요즘, 정말 지치고 있다.
그걸 인정하는 것.
그게 바로 회복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