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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출 Mar 22. 2016

소요유(逍遙遊) 소요유다

운장산, 구름 위에 산책(2-2)


운장산, 구름 위에 산책



 산악회 제123차 정기산행이 카페에 공지되었다. 이번 산행은 운장산(雲長山)이다. 운장산은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정천면·부귀면과 완주군 동상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노령산맥 중의 한 산으로, 정상 부분은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즉 동봉(東峰· 1,133m)과 서봉(西峰· 1,122m) 그리고 중봉(中峰·운장대/운장산1,126m)이다. 또한,  800~1,000m의 고산지대를 이루며, 연석산(917m), 복두봉·옥녀봉(737m), 구봉산·부귀산(806m) 등과 함께 하나의 웅장한 산지를 형성하고 있다. 산의 이름은 구름에 가려진 시간이 길다 해서 운장산이라고 했다. 기반암은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과 화강암이며, 산마루에는 암석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사방으로 능선이 뻗어 있으며, 깊고 긴 계곡들이 형성되어 있다. 
 평소 느끼는 것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산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약속 시각은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다. 오늘 산행은 새해 들어 첫 산행이라 설렌다.  05:07분 첫 경전철을 탔다. 처음이란 단어는 늘 설레고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새해 첫 산행, 첫 경전철, 오늘은 다시 기다리는 첫 자의 낱말이 좋다. 새벽을 힘차게 달리는 불빛은 어둠을 가르고 벌써 회룡역에 도착했다.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갓밝이에 벌써 바삐 오가는 사람들 모습에서 생동감을 느낀다. 버스는 정체 구간 없이 순조롭게 달린다. 충청도 죽암부터 진안까지 가는 도중 눈이 내리기도 했다. 무주의 이정표가 나오고부터 길은 좁은 지방도로다. 군데군데 눈이 녹지 않아 빙판인 곳도 보인다.
  06:00  09:40분경 목적지인 피암목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으로는 피암목재 활목재 서봉(1,022m) 운장산 정상(1,126m) 동봉(1,133m)  6.5km (4 30분)거리이다. 우리는 기념촬영을 하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맨손체조로 몸을 풀고 산행은 시작되었다. 산길은 온통 순백의 눈길이다. 25 40여 분 더 오르니 활목재이다. 이번 산행은 좀 잘해보려고 선두쯤에 섰는데 오르면 오를수록 힘에 부쳐 얼마 못 가 맨 끝으로 밀려났다. 회원 몇 명과 함께 가다 쉬다 하면서 천천히 올랐다. 하늘 끝까지 이어진 순백의 길 아름답다. 댓잎에 팔랑이는 눈꽃 하며 나뭇가지에 열린 하늘을 찌를 듯한 상고대, 기풍이 당당하다. 고개를 돌려본다. 숫눈의 신비를 본다. 함부로 숫눈을 꺾지 말아야 한다. 힘에 부칠 때는 숫눈 곁에 누워 구름을 덮고 잠들고 싶었다.

 가파르게 올라가다 보니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칠성대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구름과 바위와 나무와 사람이 어울린 무릉도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스프링처럼 튀어나온다. 간혹 햇빛이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지금 기온은 영하지만, 몸에서는 땀이 요동친다. 얼굴에는 소금꽃이다. 길이 눈길과 빙판길 그리고 협소해서 안전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행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우선 조그마한 사고라도 없어야 한다.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산은 우리에게 늘 겸손과 자만심을 일깨워준다. 저기 구봉 선생의 간절한 기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백성이 편안하고 백성이 핍박받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 같았다.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산 위에서의 즐거움은 식사하는 즐거움도 있으리라. 산에서 먹은 음식은 별미요 동원약식이다. 우리는 칠성대를 지나 운장대 사이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운장대를 향했다. ‘트랭글’에서 운장대 정상을 알려준다. 칠성대에 이어 다시 배지를 받았다. 배지 받는 재미도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운장대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보니 세상은 구름 위에 산책 같았다. 이 산 이름을 왜 운장산이라 지었는지 알 것 같다. 산은 온통 은백색이고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우리는 서둘러 마지막 봉우리인 심장봉에 올랐다. 3봉 다 비슷한 봉우리 같은데 유심히 보니 특색이 남달랐다. 우리는 추억을 남기기 위하여 추억 사진을 찍었다. “예쁘게 찍어주세요.”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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