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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출 Apr 07. 2016

소요유(逍遙遊) 소요유다

거대한 땅, 중국에 가다①(2-8)

거대한 땅, 중국에 가다①





 참 오랜만에 가는 중국여행이다. 이십 삼 년 전 톈진(천진)과 칭다오(청도)에 열흘간 여행했던 것이 몇 년 전 같은데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지금의 중국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 이번 가족여행은 각별한 여행이었다. 형제들이 함께한 여행이기에 새롭지 않을 수가 없다. 고향에서 자형과 누나가 미리 올라왔고 대구에서 여동생과 매부가 새벽에 공항버스를 타고 왔고 서울에서 형님과 형수님, 누나와 매형이 공항에 속속 도착했다. 이렇게 형제가 함께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계속 미루어왔던 형제들의 3박 4일 해외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여 비행 후 상해 푸동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푸동 공항의 첫인상은 사람이 붐비지 않아 좋았다. 공항청사가 깨끗했다. 상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이며 중국의 주요 산업·상업의 중심지이다. 상해는 동중국해 연안에 있으며 북으로 양쯔강[揚子江] 어귀와 남으로 항저우[杭州] 및 위판만[玉盤灣]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상해는 중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이며 서방 무역을 최초로 개방한 항구로 오랫동안 중국의 상권을 독점해왔다. 
 이곳은 1949년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거대한 산업도시로 발전했다. 교외 공업지구와 주택단지가 세워지고 토목공사도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공원과 그 밖의 오락시설이 마련됨에 따라 도시가 크게 변모했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새롭고 또 새롭다. 이곳도 서울 못지않게 정체구간이 길었다. 독일산 일본산 등 외제 승용차가 유독 많이 보였다. 도심의 아파트단지에 내걸린 빨래가 무척 신기했다. 빨래가 미관 상 안 좋게 보이는데도 빨래를 창문 바깥에서 말리는 것이 무척 궁금했다. 여행안내원 설명으로는 습도가 높은 탓이라 했다. 실내에는 난방시설이 없고 습도가 많아 빨래를 말릴 수가 없다고 한다. 상해는 비오는 날이 연중 264일쯤 된다고 한다. 운 좋게도 이번 여행은 날씨가 아주 좋은 편이었다. 3월 말경 날씨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좀 쌀쌀하고 낮에는 다소 더웠다.

 중국의 많은 관광명소 중에서 첫 번째 방문지는 일제강점기 때 항일 독립운동의 본거지인 임시정부청사와 유럽풍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신천지였다. 상해의 임시정부청사에는 일제강점기에 상해를 무대로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상해 도심의 뒷골목의 낡고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빨간 벽돌 건물인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는 중요한 역사성을 간직한 곳이다. 건물 1층으로 들어서면 임시정부의 활약상과 청사 복원에 관한 내용을 다룬 비디오를 시청하고 임시정부청사 시절에 사용된 가구, 서적, 사진 등을 관광할 수 있고 한때 주권을 상실했던 조국의 비애를 그 역사적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곳을 직접 방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신천지는 중국 상해에 있는 쇼핑가로 중국에서는 신톈디로 불린다. 외국 관광객도 심심찮게 보였다. 신천지의 옛 건물이 즐비한 북부광장은 현재 상해에서 가장 세련된 쇼핑장소로 자리 잡았으며 많은 레스토랑과 술집, 커피숍, 테라스 카페, 상점 갤러리 등이 들어서 있다. 또한, 예술가들의 아트숍도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의 건물들은 상해의 독특한 건축양식인 석고문 가옥과 유럽식의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각각의 내부는 현대적인 실내장식으로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남부광장에는 고층의 현대적인 건물이 많아서 옛 건물과 좁은 길의 북부광장과 대조를 이룬다.

 남경로는 중국에서 난징루라고 하며 상해의 관광 중심인 외탄(와이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번화가이다. 19세기 후반, 서양인들이 근대적인 상해를 건설하면서 가장 먼저 생겨난 쇼핑거리이다. 황포강 연안에서 정안공원까지 동서로 5km 이어진 길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번화가인 명동과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난징루는 중간지점에서 시짱중루와 교차하는데 그곳에서 황포강까지의 동쪽 길을 난징둥루, 정안공원까지의 서쪽 길을 난징시루라한다. 이 중에서 난징둥루는 상해에서 가장 붐비는 지역이다. 남경로의 거리 양옆으로 기념품점과 쇼핑센터가 늘어서 있어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댄다. 길 중앙에는 벤치나 매점이 있어서 쉬어가기에도 좋고, 난징루의 명물인 관광용 미니버스도 탑승할 수 있다. 우리나라 명동 못지않게 사람들로 북적댄다.

 중국여행 마지막 밤은 황포강을 유람하며 외탄의 야경을 감상하면서 상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상해의 발전을 상징하는 유명한 건축물들이 황포강을 따라 밀집해 있고 사방 군데 펼쳐지는 야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곳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중국이 아편전쟁에 패배하여 개항할 당시 외국인들이 지은 건물들로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세계의 건축박물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황포강에 펼쳐지는 크루즈선의 화려함과 주변의 빌딩숲의 야경은 황홀했다.

 예원은 명나라 사천지방의 포정사를 지낸 반윤달이 1959년에 짓기 시작해서 18년의 세월 끝에 완성한 강남지방의 대표적인 정원 고풍 건물 중 하나이다. 예원은 부모의 편안한 여생을 위하여 지었지만 17세기 중엽부터 반씨 가문이 쇠락하기 시작하였고 18세기 중엽에 거상과 사대부 몇 명이 예원을 사들여 중수하면서 이름을 서원으로 바꿨다. 19세기 이후에는 아편전생으로 영국군이 이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예원도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태평천국 난으로 심한 훼손을 당했다. 신중국 성립 이후 다시 정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원은 황포강에서 들여오는 물결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서 이름을 청도각이라 했다. 청도각은 상설 전시장으로 개방되어 서하전과 문물전을 구경할 수 있다. 옥령릉 서쪽의 작은 원형의 문을 지나면 득월루가 있다. 청나라 건륭 25년(1760)에 지은 이층 건물로 광서 18년(1890)에 중수한 건물이다. 
  1991년에 착공하여 3년 후에 완공된 상하이 동방명주는 아시아 최대 높이의 건축물 중 하나로 생해뿐만 아니라 중국의 자랑이다. 468m의 높이를 자랑하는 건축물의 본래 용도는 라디오와 텔레비전방송 송신탑이다. 상하이 건축회사의 지안후안쳉 (Jian Huan Cheng)에 의해 디자인된 이 타워는 특히 둥근 모양이 진주 같다고 하여 동양의 진주라 불리기도 한다. 지름경이 약 9m 정도인 3개의 기둥 태공창, 상구체, 하구체와 5개의 작은 구체, 그리고 탑 밑부분과 광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기와 높이가 다른 구체가 맨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이어져 있고 중간중간 커다랗고 탐스러운 5개의 구체가 타워 중간에 박혀 있는 형상이다.

 옥으로 만든 쟁반(항포강)에서 크고 작은 구슬(동방명주의 원형 구조물)이 떨어져 내리는 아름다움을 묘사했다. 이러한 디자인은 멀리서 보면 뾰족한 침을 가진 주사기 같기도 하고 독특한 우주선 같기도 한 것이 보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다. 특히 대형 탑의 야간 조명은 분홍색과 파랑 등 찬란한 색을 선보이며 상해의 야경 중심축을 이루는데 동방명주를 중심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이 유명한 상해의 야경을 탄생시키고 있다. 동방명주는 단지 눈으로만 감상하는 건축물이 아닌 높이와 기술력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건축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다를 수 있는데 1초에 약 9m를 올라간다고 하니 그 기술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도달한 높이 263m 지점 일반 전망대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황포강과 주변의 초고층 건물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이들은 동서남북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상해의 유명 건축물을 찾아보기도 하고 특수 망원경을 통해 시내 구석구석을 구경한다. 동방명주 관광의 하이라이트인 259m 지점 전망대를 방문할 시간, 특수 유리 바닥이 있는 이곳에서는 창밖 전망과 더불어 훤히 뚫린 발밑으로 건물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꼭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선뜻 나서기가 겁날 정도다.

 게다가 위쪽은 조금 뚫려 있어 외부 공기가 안쪽으로 들어오게끔 설계되었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마치 밖에 있는 듯 온몸으로 바람을 맞게 된다. 무섭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과 또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재미있는 풍경을 나타내는 특별한 전망대다. 안팎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중국인의 근대화 자부심이 가득 담긴 멋진 동방명주에서 하늘과 좀 더 가깝게 만나는 황홀한 공중부양을 경험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빌딩숲은 작게만 보였다.
 거대한 도시 상해는 활기가 넘쳐 있다. 사람들 표정에 여유가 묻어나고 중국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여행에는 몇 마디 중국어라도 익히고 가는 것이 좋다. 물건 살 때도 위안화가 꼭 필요하다. 내 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도시 상해는 지금 웅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웃나라 중국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일정은 빡빡했지만 모두가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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